소년합창단과 별도로 소녀합창단 운영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합창단 중 하나인 독일의 레겐스부르크 돔슈파첸 소년 합창단이 창단 1천여 년 만에 소녀에게도 문을 열기로 했다.
15일(현지시간) AFP, AP 통신에 따르면 레겐스부르크 돔슈파첸 소년 합창단을 운영하는 가톨릭 학교는 2022∼2023학년도부터 소녀 신입 단원을 모집하기로 했다.
바이에른주 레겐스부르크에서 975년 창단된 레겐스부르크 돔슈피첸 합창단은 그동안 소년 합창단원만으로 운영돼 왔다.
다만, 새 소녀 단원들은 기존 소년 합창단과 별도 조직으로 만들어지는 소녀 합창단 소속이 된다. 새 합창단의 명칭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새 소녀 단원들은 합창단을 위해 세워진 중·고등학교에 다녀야 한다.
합창단 측은 새 소녀 단원들이 기존 소년 단원들과 같은 혜택을 받고, "그들만의 소리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밝혔다.
소년 합창단은 기존 정체성을 유지해나간다.
합창단이 소속된 학교의 학생은 현재 431명으로, 이 가운데 3분의 2가 엄격한 규율로 정평이 난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다.
레겐스부르크 돔슈파첸 합창단은 로마의 성베드로 대성당 등 전 세계에서 공연하며 명성을 쌓아왔다.
그러나 이 합창단은 1945년부터 1990년대까지 500명 이상의 단원들이 성직자들에게 성폭력을 당해온 사실이 2017년 밝혀지면서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합창단은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의 형이자 존경받는 성직자인 게오르크 라칭거 신부가 30년간 이끌어왔기 때문에 성범죄 사실은 더욱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숨진 라칭거 신부는 당시 성범죄가 이뤄진 사실을 몰랐다고 반응했다.
독일에서는 중세 시대부터 소년들로만 구성된 합창단을 구성해왔는데 베를린과 쾰른 대성당은 1980년대에 소녀 합창단을 만들었다.
2019년 9세 소녀가 베를린 대성당 소년 합창단에 입단원서를 냈다가 거절당한 뒤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성당 측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이 사안의 경우 합창단의 예술적 자유가 성평등보다 더 중요하다고 판결했다.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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