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접종센터 예약 불가…후생노동성, 실태 파악 안해
"문의하면 접종권번호 알려줄 것"…지자체에 연락하니 안내 거부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본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속도를 높이기 위해 모든 힘을 짜내고 있으나 우편으로 발송하는 접종권 배포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접종권은 전 국민을 일괄적으로 파악할 의료시스템이 없는 상황에서 백신을 맞는 사람을 확인하고 중복 접종 등을 방지하기 위한 수단이지만 이로 인해 방역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본 정부는 자위대를 동원해 도쿄도(東京都)와 오사카부(大阪府)에 운영 중인 코로나19 대규모 백신 접종 센터에서 64세 이하 주민도 백신을 맞을 수 있도록 하기로 15일 결정했다.
기존에는 65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센터를 운영했으나 예약이 대거 미달하는 사태가 벌어지자 17일부터 연령 제한을 없애기로 한 것이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백신 접종장도 속속 가동하는 등 백신을 맞을 수 있는 곳이 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전 국민에게 필요한 백신을 확보했다고 앞서 발표한 바 있다.
문제는 백신 접종권이다.
자위대의 접종센터나 지자체의 접종장에서 백신을 맞으려면 접종권이 필요하지만, 배포가 완료되지 않았다.
64세 미만 예약이 시작된 16일 대규모 접종센터 사이트에 접속하니 '접종권을 준비하라'는 안내문이 나왔다.
예약 시스템 매뉴얼에는 접종권에 기재된 지자체 코드, 접종권 번호, 생년월일을 입력해 인증해야 한다는 설명이 있었다.
이미 접종권 발송을 완료한 지자체도 있으나 연합뉴스가 확인해보니 아직 64세 이하 주민에게 접종권을 덜 보낸 지역도 꽤 있었다.
예를 들어 도쿄도(東京都) 분쿄(文京)구는 60∼64세 주민에게 18일 접종권을 발송할 계획이다. 40∼59세에게는 이달 말, 12∼39세에게는 내달 8일에 접종권을 보낸다.
도쿄 주오(中央)구의 경우 60∼64세 주민에게 접종권을 보내는 중이며 59세 이하에게는 언제 발송할지 미정이다.
도쿄 시부야(澁谷)구는 64세 이하 주민에 대한 접종권을 애초에는 7월에 발송하려고 했으나 일본 정부가 대규모 접종센터의 연령 제한을 없애자 발송 시점을 앞당기기로 했다. 하지만 이달 말이 되어야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애초 일본 정부는 의료종사자, 65세 이상 고령자, 기저 질환 보유자, 64세 이하의 순으로 백신 접종을 추진했고 7월 말까지 고령자 접종을 완료한다는 계획이었다.
접종권에 관한 당국의 설명은 부실하고 일관성도 부족했다.
대규모 접종센터에 연락해 '접종권을 받지 않았으면 예약이 불가능하냐'고 질의했더니 '접종권을 아직 받지 않은 경우 지자체에 개별적으로 연락하면 코드와 접종권 번호를 아마도 알려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64세 이하에 대한 접종권을 아직 배포하지 않은 도쿄의 한 구청에 연락해 접종권 번호 등을 알려줄 수 있냐고 문의하자 '개별 안내는 불가능하다'고 반응했다.
일본의 보건 정책을 총괄하는 중앙행정기관인 후생노동성은 실태를 파악하지 않고 있다.
후생노동성 담당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접종권 배포가) 전국적으로 어떻게 되고 있는지는 일률적으로 파악하고 있지 않다"며 상황을 알고 싶은 지역이 있으면 해당 지자체에 문의하라고 말했다.
기업이 중심이 돼 운영하는 직장 접종센터의 경우 회사 측이 접종하는 사람의 인적 정보 등을 파악해 대응하므로 접종권이 없더라도 백신을 맞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취재보조: 무라타 사키코 통신원)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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