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전 제네바서 열린 미소 정상회담은 냉전 종식 계기

입력 2021-06-16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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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년전 제네바서 열린 미소 정상회담은 냉전 종식 계기
1985년 레이건·고르바초프 첫 회담서 "핵전쟁 수행 안돼" 명시 공동성명
2년 뒤 워싱턴에서 핵무기 감축조약 서명

(베를린=연합뉴스) 이 율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처음 마주 앉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미러 정상회담이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제네바에서는 36년 전인 1985년 11월 19일 살을 에는 추위 속에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과 구소련의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이 처음 만났다.


당시에도 지금처럼 쟁점은 많고, 기대는 거의 없었지만, 벽난로 앞에서 사흘간 진행된 두 정상의 역사적인 정상회담은 냉전의 종식을 불러오는 첫걸음이 됐다고 독일 쥐트도이체차이퉁(SZ)은 평가했다.
레이건 대통령은 양국 대표단이 처음 마주하자 "미국과 구소련은 제3차 세계대전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유일한 국가이자, 세계 평화를 불러올 수 있는 유일한 국가"라고 말했다.
이후 벽난로 앞에서 통역만 대동하고 진행된 미소 정상 간의 첫 대화는 예정했던 15분을 훌쩍 넘어 1시간 넘게 이어졌지만, 화기애애하지는 않았다.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은 이후 회고록에서 "1호 공산주의자와 1호 제국주의자가 상대방을 능가하려고 시도했다"면서 "그런데도 우리는 시작부터 솔직하고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


쟁점은 레이건 전 대통령이 구소련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진행했던 이른바 '스타워즈계획', 전략방위구상(SDI)이었다. 고르바초프는 레이건의 SDI 포기를 전제로 공격용 무기 감축에 대해 협상하자고 제안했고, 레이건은 SDI는 방어용일 뿐이라면서 거절했다. 이후 대화는 막다른 골목에 봉착했지만, 두 정상 간의 저녁 식사는 다시 분위기를 푸는 계기가 됐다.
먼저 식사 초대를 한 것은 구소련 측이다.
레이건 대통령은 일기에 "엄청난 저녁 식사였다. 러시아인들과 저녁을 먹으면, 식사 자체가 저녁 여흥의 전부"라고 적었다.
다음 날 저녁에는 미국의 초대로 두 정상 내외가 비공식 만찬을 했다. 두 정상은 직전에 서로 모스크바와 워싱턴을 방문하기로 합의했다.
두 정상 내외가 커피를 마시고 있을 때 미국과 구소련 측 보좌진이 들어와 공동성명에 합의할 수 없다고 보고했지만, 두 정상은 이들을 되돌려 보냈다.
두 정상은 다음날 새벽 5시에야 모든 문제를 풀고, "핵전쟁은 이길 수 없고, 절대 수행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레이건은 공동성명에 서명하면서 고르바초프에게 귓속말로 "양국의 강경파들이 미친 듯이 펄펄 뛸 것이라는데 걸겠다"고 말했다.


레이건 전 대통령은 "고르바초프와 나 사이 화학반응은 개인적인 우정에 가까운 것을 만들어냈다"고 회고했다.
이후 두 정상이 워싱턴에서 핵무기 감축 조약에 서명하기까지는 2년이 걸렸다.
두 정상은 중거리 핵미사일을 폐기하는 데 합의했고, 이후 모스크바에서 지금까지 가장 중요한 핵무기 감축 조약을 시행했다.
yuls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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