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지중해 연안의 중동국가 레바논이 극심한 경제 위기 속에 치안을 담당하는 군대까지 무너질 위험에 처했다고 현지 언론과 외신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조셉 아운 레바논 육군참모총장은 이날 군 트위터에 "만약 경제 상황이 계속 악화하면 군대를 포함한 레바논의 모든 국가기관이 무너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현재 군은 레바논의 치안과 안정을 보장하는 유일하게 남은 기관"이라며 "군대가 무너지면 혼돈이 확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운 총장은 "군인들의 의지와 국민의 지지, 우방국의 지원이 있다면 이 어렵고 민감한 시기를 넘길 수 있을 것"이라며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했다.
레바논은 지난해 8월 베이루트 대폭발 참사에 이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까지 더해져 최악의 경제 상황을 겪어왔다.
폭발 사건 후 총사퇴한 내각을 대체할 새로운 정부 구성이 정치적 갈등 속에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사실상 통제 불능 상황을 눈앞에 두고 있다.
명목상 대통령제(임기 6년의 단임제)를 채택한 레바논은 총리가 실권을 쥐는 내각제에 가깝다.
다만, 세력 균형을 위해 대통령은 마론파 기독교, 총리는 이슬람 수니파, 국회의장은 이슬람 시아파 출신이 각각 맡는 원칙을 유지해왔다.
그런데 시아파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지지를 받는 미첼 아운 대통령과 지난해 10월 총리 후보로 지명된 이슬람 수니파 베테랑 정치인 사드 하리리 전 총리가 차기 내각의 규모와 성격을 두고 계속 대치 국면을 이어왔다.
이런 가운데 레바논 파운드화 가치는 2년여 만에 90%가량 폭락했다.
레바논은 이미 지난해 한차례 모라토리엄(채무상환 유예)을 선언했던 전력이 있는 만큼 이후 중동발 금융위기의 진원이 될 수도 있다.
세계은행(WB)은 최근 레바논이 19세기 중반 이후 세계 역사에서 가장 심각하고 장기적인 불황을 겪고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파운드화 가치 폭락으로 전체 인구 약 600만 명의 절반 이상이 빈곤층인 레바논 국민의 삶은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군인들이 받는 급료의 가치도 10분의 1로 줄어들면서 병영 이탈 조짐도 나타났다.
상황이 악화하자 레바논군은 외국에 병사들을 위한 음식과 생필품 공여를 요청했다.
이에 따라 프랑스를 비롯한 선진국들은 전날 회의를 열어 레바논군에 대한 원조를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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