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영 전념한다지만…총수 지정·중대재해법 회피 시각도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김범석 쿠팡 창업자가 최근 한국 쿠팡의 모든 직위에서 물러난 배경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쿠팡은 17일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던 김범석 창업자가 이사회 의장과 등기이사직에서 사임했다고 발표했다.
쿠팡은 김범석 창업자가 한국 쿠팡 지분을 100% 보유한 미국 증시 상장법인인 쿠팡 아이엔씨(Inc.)의 최고경영자(CEO)와 이사회 의장직에 전념하며 해외 진출 등 글로벌 경영에 집중할 것이라고 사임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18일 유통업계에서는 김 의장의 사임을 두고 다른 해석도 나온다.
자산 규모가 커지며 올해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새로 지정된 쿠팡이 향후 동일인(총수)에 김범석 창업자가 지정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공정거래위는 지난 5월 1일 공시대상 기업집단을 지정하며 쿠팡을 새로 포함했지만, 동일인으로 김범석 당시 이사회 의장이 아닌 법인 '쿠팡'을 지정했다.
당시 공정위는 미국 국적인 김범석 의장이 미국 회사인 쿠팡 아이엔씨를 통해 한국 쿠팡을 지배하고 있지만 외국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한 사례가 없고 외국인을 총수로 지정하더라도 형사제재를 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범석 창업자는 쿠팡 아이엔씨의 의결권 중 76.2%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공정위가 이후 필요하다면 외국인을 총수로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힌 만큼 향후 상황 변화에 대비해 김 의장이 미리 한국 내 모든 지위를 내려놨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교롭게 김 의장의 등기이사 사임 소식이 전해진 날 쿠팡 물류센터에서 대규모 화재가 발생하면서 중대재해법과 연관 짓는 시각도 있다.
김범석 창업자가 등기이사에서 사임한 것은 지난달 31일이지만 이달 14일 주주총회 이후인 17일에 사임 발표가 이뤄졌다.
중대재해법은 산업재해나 사고로 노동자가 숨지면 해당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산업재해가 아닌 대형참사인 '중대시민재해'의 경우에도 경영자와 법인이 같은 수위의 처벌을 받게 돼 있다. 올해 1월 공포됐고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김범석 창업자가 형식상 한국 쿠팡 경영에서 손을 뗀 만큼 앞으로 쿠팡에서 산업재해로 인한 노동자 사망이 발생해도 처벌을 피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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