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 도우미 노인들, 코로나 이후에도 일터 복귀 어려워지자 시위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미국 유통업체 월마트의 멕시코 법인 앞에서는 최근 노인들의 시위가 몇 차례 벌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전까지 마트 계산대 옆에서 고객이 산 물건들을 포장해주고 용돈벌이를 하던 노인들이었다.
19일(현지시간) AP통신과 멕시코 언론들에 따르면 멕시코 월마트는 최근 코로나19 규제가 풀린 이후에도 노인들의 일터 복귀를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당국이 일회용 비닐봉투 제공을 금지하고 있는 데다 코로나19 이후 고객들은 자신들의 물건을 타인이 만지는 것을 더 꺼리게 됐다는 이유에서다.
코로나19 전까지 멕시코 대형 마트와 슈퍼마켓에는 계산대마다 유니폼을 입은 노인들은 한 명씩 서서 계산을 마친 물건들을 봉투에 담아주곤 했다.
지난해 초부터 멕시코시티에서 상점들이 일회용 비닐봉투 제공이 금지된 후에도 계산대 옆 노인들은 그대로였다. 고객이 가져온 장바구니에 물건을 넣어주거나 쇼핑 카트에 다시 차곡차곡 담아주는 것으로 임무를 바꿨다.
이 노인들은 마트에 고용돼 임금은 받는 것이 아니었다. 노인 일자리 마련을 위한 정부와 유통업체들의 협약에 따라 마트는 노인들이 일할 장소를 제공하고, 노인들은 고객이 자발적으로 건넨 팁으로 생활했다.
팁은 산 물건의 양에 따라 보통 우리 돈 100∼200원 정도이고, 그나마 모두가 주는 것도 아니지만 턱없이 적은 연금으로 생활해야 하는 서민 노인들에겐 소중한 일자리였다.
포장 도우미 노인들은 지난해 3월 코로나19 상륙 직후 방역 지침에 따라 모두 마트를 떠났다가 최근 각종 방역 조치들이 점차 완화하면서 1년여 만에 복귀를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멕시코 내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가 노인들의 복귀를 불허한다고 밝히면서 다른 유통업체들도 노인들의 다시 받을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최근 월마트 앞 시위에 동참한 마리나 과달루페 가르시아는 현지 언론 인터뷰에 "우린 일을 하고 싶다. 여기 말고 달리 일할 수 있는 곳도 없다"고 호소했다.
멕시코시티 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이렇게 슈퍼마켓 포장 도우미로 일하는 노인들은 멕시코시티에 4천400명, 멕시코 전국엔 3만5천 명가량이다.
멕시코 국립노인협회는 최근 성명에서 대형 마트 등의 영업이 완전히 정상화되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친 노인들에 한해 일터 복귀를 허용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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