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 6월 폭염 주범은 대형 열돔과 20년 대가뭄

입력 2021-06-20 04:02  

미국 서부 6월 폭염 주범은 대형 열돔과 20년 대가뭄
캘리포니아 해안부터 대평원까지 거대한 열의 장막
바싹 말라버린 지표면이 대기 더욱 뜨겁게 달궈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정윤섭 특파원 = 여름 초입인 6월부터 미국 서부 지역 전체가 최고기온 40∼50도에 이르는 이례적인 폭염에 시달리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의 기상 전문가들은 6월 서부 폭염을 초래한 주범으로 대형 열돔(Heat Dome) 현상과 20년에 걸친 대가뭄을 꼽았다고 19일(현지시간) AP통신과 일간 워싱턴포스트(WP) 등이 보도했다.
현재 서부 주요 도시들은 6월 기준 최고 기온을 속속 갈아치우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휴양지 팜스프링스의 17일 최고 기온은 50.6도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찍었고 숨 막히는 더위로 유명한 캘리포니아주 사막 데스밸리에선 53.3도까지 치솟았다.
애리조나, 네바다, 유타, 콜로라도주에서도 관측 사상 역대 최고 기온을 기록하는 지역이 속출했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학(UCLA) 기후학자 박 윌리엄스는 "작년 6월 서부 기온은 꽤 정상이었고 8∼9월에 폭염이 찾아왔다"며 6월 불볕더위는 이례적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캘리포니아주 해안부터 북미 대륙 중앙의 대평원 지대까지 강력한 열돔이 형성된데다 20년 넘게 지속된 서부 대가뭄이 기온 상승을 부채질하며 이 지역에 폭염의 장막을 만들어냈다고 설명했다.



열돔은 대기권 중상층에 발달한 고기압이 정체하면서 반구형 지붕처럼 뜨거운 공기를 지면에 가두는 현상이다.
열돔이 형성되면 햇빛 차단막 역할을 하는 구름까지 사라져 지면을 더욱 뜨겁게 달구게 된다.
미 기상청 샌디에이고 사무소의 기상학자 앨릭스 타디 박사는 열돔의 강도와 크기 모두 이례적이라며 기상관측기구를 띄워 측정한 대기권 하부 온도는 31.7도로 기록적인 수치를 나타냈다고 전했다.
여기에다 2000년부터 시작된 서부 대가뭄은 폭염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수분을 머금은 대지는 더위에 증발하면서 냉각 효과를 일으키지만, 바짝 마른 지표면은 대기를 더욱 가열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컬럼비아대 러몬-도허티 지구관측소의 제인 윌슨 볼드윈 연구원은 "지표면이 건조하면 스스로 식을 수가 없어 더욱 뜨거워진다"며 가뭄과 결합한 폭염이 지표면과 대기의 순환 작용에서 이례적인 극단 현상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류의 온실가스 배출과 기후변화가 여름철 서부 폭염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 진단도 나왔다.
UCLA 환경연구소의 기후학자 대니얼 스웨인은 폭염의 배경에는 "명확한 인간의 지문"이 찍혀있다며 "기후변화가 극한의 더위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jamin7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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