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이란 대선에서 강경보수 성향의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가 당선되자 적성국 이스라엘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일부 관리들은 라이시가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뜻에 따라 핵무장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면서, 다시 한번 이란 핵시설 공격을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이스라엘 채널 12 방송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방송에 따르면 이스라엘 관리들은 새 대통령 취임 이전인 오는 8월까지는 이란이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에 합의하지 않은 상태로 최대한 많은 양의 농축 우라늄을 축적할 것으로 판단하고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다.
한 이스라엘 고위 관리는 "이란 핵 프로그램 공격 준비를 다시 하는 것 이외에 대안이 없다. 이를 위해 예산과 자원 재배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관리들의 이런 인식은 라이시의 당선에 대한 야이르 라피드 외무장관의 공식 반응과도 궤를 같이하고 있다.
라피드 장관은 전날 트위터에 "'테헤란의 도살자'로 불리는 이란의 새 대통령은 이란인 수천 명의 사망에 책임이 있는 극단주의자로, 이란 정권의 핵 야욕과 테러 실행을 위해 전념할 것"이라며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또 "라이시 당선은 이란 핵 프로그램의 즉각적인 제지와 파괴적인 야욕의 종식에 대한 새로운 결단을 촉발했다"고 덧붙였다.
그뿐만 아니라 베니 간츠 국방부 장관도 지난 17일 미국과 함께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면서, 이란 핵무장 제지를 위한 준비상태와 관련 "(군사적 타격을 포함해) 모든 옵션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나프탈리 베네트 총리도 취임 당일인 지난 13일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 임계점에 다가서고 있다. 이란의 핵무기 획득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동의 유일한 비공식 핵보유국인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무장을 극도로 경계하면서 이른바 '그림자 전쟁'을 통해 이란 핵시설을 공격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은 지난 2010년 미국과 함께 스턱스넷(Stuxnet)이라는 바이러스 프로그램을 나탄즈 핵시설 컴퓨터에 침투시켜, 1천여 기의 원심분리기를 무력화했다.
또 지난해 8월 나탄즈 핵시설의 고성능 원심분리기 캐스케이드(연결구조)가 폭발과 지난 4월 나탄즈 핵 시설 화재 사건이 벌어졌을 때도 이스라엘이 배후로 지목됐다.
이달 초 퇴임한 이스라엘의 대외 정보기관 모사드 전 국장 요시 코헨은 최근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란 핵시설 공격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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