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종 7만여마리 연구…"이주 시기와 형태학적 변화 관련 없어"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철새의 이주 시기가 빨라졌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른 가운데, 지난 40년간 북미 지역 철새의 몸집이 작아지고 날개가 길어진 것으로 나타나 더 빨리 번식지에 도착하려는 진화적 압력의 결과인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뜻밖에도 철새의 이주 시기가 앞당겨진 것도 사실이고, 형태학적 변화가 이뤄진 것도 사실이나 두 현상 간에 직접적인 관련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미시간대학에 따르면 이 대학 '지구변화 생물학연구소'의 진화생물학자 마케타 지모바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철새의 형태학적 변화와 이주 시기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학술지 '동물 생태학 저널'(Journal of Animal Ecology)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시카고 필드박물관이 보관하고 있는 철새 52종 약 7만 마리의 표본을 분석했다. 이 철새들은 1978년부터 2016년까지 봄과 가을 이주기 때 시카고 건물과 충돌해 죽은 것을 모아놓은 것이다.
지난해 같은 표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거의 모든 종의 철새에서 몸집이 작아지고 날개가 길어진 형태학적 변화를 확인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건물에 충돌한 철새 표본 자료를 이용해 철새의 이주 시기를 분석했다.
철새의 다리에 밴드를 끼우거나 기상 레이더 기록을 이용해 철새의 움직임을 분석한 적은 있어도 건물에 부딪혀 죽은 철새를 이용한 연구는 처음이다.
연구팀은 봄에 가장 일찍 도착하는 철새가 40년 전과 비교해 거의 닷새가량 일렀으며, 가을에 남쪽으로 떠나는 시기도 과거보다 열흘가량 앞당겨진 것으로 분석했다. 가을에 가장 늦게 떠나는 철새는 이전보다 일주일가량 더 늦어 가을 이주 기간이 많이 늘어난 것도 밝혀졌다.
논문 공동 책임저자인 미시간대학 생태학 및 진화생물학과 조교수 벤 윙거 박사는 "건물에 충돌한 철새 자료가 봄철 이주가 일러진 증거를 분명하게 보여줘 놀랐다"면서 "전체 자료를 검토하기 전까지는 감지할 수 없을 정도로 이주 시기가 변화해 왔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앞선 연구에서 철새의 몸집이 작아지고 날개가 길어진 것이 기후변화로 이주 시기가 앞당겨진 데 따른 결과인지를 확인하지 못했으며 이번 연구를 통해 인과 관계를 따졌다.
우선 철새 52종의 형태학적 시계열 변화와 이주 시기 변화를 각각 측정하고, 이주 거리와 번식지 위도 등의 영향을 고려해 각 종의 형태학적 변화율과 생물계절학적 변화율의 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이주 거리나 번식지 위도, 생물계절학적 변화율이 형태학적 특성의 변화를 예고한다는 어떤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논문 공동 책임저자인 조류학자 브라이언 위크스 박사 "기후로 유발된 형태학적 변화와 이주 시기 변화는 상호 작용해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적 반응을 촉진하거나 제한하는 것으로 여겨졌으나 지금까지는 자료 부족으로 인해 대규모로 실증적 검증이 이뤄지지 못했다"면서 "이번 연구 결과는 과학적으로 가장 흥미롭고 새로운 발견"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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