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선 '전초전' 지방선거 결과에…마크롱도 르펜도 울상

입력 2021-06-21 20:29   수정 2021-06-21 20:31

프랑스 대선 '전초전' 지방선거 결과에…마크롱도 르펜도 울상
우파 공화당 승기…'마크롱 vs 르펜' 2파전 구도에 변화 오나
투표율 33.26%로 역대 최저…정치적 무관심도 대선 화두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프랑스 차기 대선 유력 주자로 꼽히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도, 극우 성향 정당 국민연합(RN)을 이끄는 마린 르펜 대표도 광역(레지옹) 지방선거 1차 투표 결과에 웃지 못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한 집권당 전진하는 공화국(LREM)이 거둔 성적은 초라하기 그지없고, RN도 기대했던 것만큼 지지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와 소프라 스테리아가 21일(현지시간) 수정해 발표한 정당별 예상 득표율은 공화당(LR) 28.4%, 국민연합 19.3%, 사회당(PS) 15.8%, 녹색당(EELV) 13.2%, LREM 10.6%다.
전날 출구 조사 결과 RN은 마르세유를 중심도시로 삼는 프로방스알프코테다쥐르에서만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예측됐다.
전국 단위 득표율로 따졌을 때 1위로 예상되는 중도 우파 공화당과 격차도 10%P 가까이 나고 있다.
2015년 지방선거 1차 투표 때 RN의 전신인 국민선전(FN)이 득표율 1위로 코르스를 포함한 본토 13개 레지옹 중 6곳에서 우위를 차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인기가 예전만 못한 셈이다.
지방선거 1차 투표 전 각종 여론조사에서 RN의 압승을 예상하는 결과가 많았기 때문에 르펜 대표가 받은 충격은 더욱 클 것으로 관측된다.
LREM의 처지는 더욱 암울하다. 본토 레지옹에서 LREM이 선두를 달리는 곳이 한 곳도 없어 지역 지지 기반이 얼마나 부실한지 여실히 드러났다.

제랄드 다르마냉 내무부 장관은 프랑스2 방송과 인터뷰에서 이번 선거에서 LREM이 실패했느냐는 질문에 "물론이다"라며 "때로는 선거에서 지기도 하는 것이 민주주의"라고 답했다.
일간 르몽드는 이번 지방선거 결과로 2017년 이후 대선 레이스를 지배한다고 생각해온 마크롱 대통령과 르펜 대표가 전략을 수정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분석했다.
차기 대통령 선거를 열 달 앞두고 치러진 이번 지방선거는 대선 민심 향배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로 여겨졌다.
마크롱 대통령은 재선 도전을 공식적으로 선언하지 않았지만, 이달 초부터 전국 순회에 나서면서 출마 의지를 분명히 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2017년 대선에서 결선 투표까지 올라갔다가 마크롱 대통령에게 패배한 르펜 대표는 일찌감치 출사표를 던졌다.
'엘리제궁 주인' 자리를 두고 경쟁할 마크롱 대통령과 르펜 대표를 전면에 세워놓고 치러진 이번 선거 결과가 두 사람에게 안긴 정치적 타격은 클 수밖에 없다.
이와 달리 공화당의 입지는 확장될 전망이다. 특히 오드프랑스에서 의장 재선 가능성에 청신호가 켜진 그자비에 베르트랑에게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 후보로 내년 대선 출마를 희망하는 베르트랑 의장은 1차 투표에서 득표율 41.39%로 세바스티앙 세뉘 RN 후보(24.37%)를 크게 앞질렀다.
우파에서는 수도 파리를 품고 있는 일드프랑스 의장으로 재선출을 노리는 발레리 페크레스의 행보에도 주목하고 있다.
2017년 공화당을 나와 새로운 당을 만든 페크레스는 이번 선거에 우파 연합 대표로 출마해 35.94%의 득표율을 얻으면서 조르단 바르델라 RN 후보(13.12%)를 훌쩍 앞섰다.
1차 투표에서 과반을 득표한 후보가 없는 지역에서는 10% 이상 지지를 받은 후보들이 27일 결선 투표를 치른다.
저조한 투표율에서 읽히는 정치적 무관심 또한 내년 4월로 예정된 대선 화두로 떠오를 전망이다.
내무부가 공식 발표한 지방선거 1차 투표율은 33.26%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다르마냉 내무부 장관은 사상 가장 낮은 투표율이 나온 것을 두고 "프랑스인들이 정치인들을 믿지 않는다는 뜻"이라며 "우리 모두의 패배"라고 말했다.
run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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