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내·외신 기자회견서 밝혀…"미사일 프로그램은 협상 대상 아니야"
반체제 인사 숙청 관련 외신 질문에 "항상 인권 옹호했다" 반박
(테헤란=연합뉴스) 이승민 특파원 = 이란의 대통령 당선인인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가 미국이 먼저 제재를 풀어야 하며 조 바이든 대통령과는 대화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라이시 당선인은 21일(현지시간) 당선 후 첫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나 대화할 생각이 있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미국이 먼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깼기 때문에 이란은 미국을 믿지 않는다면서 "바이든 행정부도 핵합의 의무 사항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라이시 당선인은 이어 "미국은 먼저 제재를 해제함으로써 정직함과 선의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오스트리아 빈 회담에 참여한 이란 대표단은 이를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란의 미사일 프로그램과 중동 지역 문제와 관련해서는 미국과 협상할 대상이 아니라고 라이시는 선을 그었다.
핵합의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이 잇따르자 라이시 당선인은 이란의 외교정책이 핵 협상에만 국한되지 않는다고도 했다.
강경보수 성직자 출신인 라이시는 이번 대선에서 약 62%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됐다.
현 사법부 수장인 그는 최고지도자의 사망 또는 유고 시 후임을 결정하는 권한이 있는 국가지도자운영회의 부의장이기도 하다.
반체제인사와 인권옹호가 탄압을 주도했다는 서방의 비판에 대한 외신 기자의 질문에 라이시는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은 옳지 않으며 나는 언제나 인권과 사회 권리를 옹호해 왔다"고 반박했다.
국제앰네스티는 1988년 이란 정부가 감옥에 수용된 반체제 정치범 수천 명을 비밀리에 처형하고 시체를 유기했을 때 이를 주도한 소위 '사망위원회'에 라이시 당선인도 속해있었다고 고발했다.
또 재작년 11월 이란에서 대규모 반정부시위가 벌어졌을 때 정부와 보안군이 저지른 불법행위에 대해 라이시의 사법부가 포괄적 면책을 해줬다고도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는 2019년 "청소년 시절 저지른 범죄에 대한 사형 집행, 죄수 상대 고문 등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조치"를 한 이유로 라이시를 제재 대상에 올렸다.
이란은 지난 4월 초부터 오스트리아 수도 빈에서 러시아, 중국, 프랑스, 영국, 독일 측과 만나 핵합의 복원에 대한 협상을 시작했다.
이란은 미국과 대화하지 않겠다고 주장했지만, 회담 과정에서 양국은 간접적으로 상호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핵합의는 2015년 이란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 및 독일 등 6개국과 맺은 것으로, 이란 핵 활동을 제한하는 대신 대이란 제재를 해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2018년 합의 탈퇴를 선언하고 제재를 부활시키자 이란도 핵 활동을 일부 재개했다. 현재 미국은 이란이 합의를 준수할 경우 제재를 해제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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