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보수회의 조사서 강력한 잠룡 재확인…트럼프 재출마 여부가 변수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미국 공화당의 차기 대선 주자로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급부상한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일반 여론조사처럼 엄밀한 기법을 적용한 것은 아니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압도적 1위를 차지해온 것과 상반된 것이어서 관심을 끈다.
21일(현지시간)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지난 18~19일 콜로라도주에서 열린 서부보수회의(WCS) 참여자 371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모의투표(straw poll·복수 응답 가능)에서 드샌티스 주지사는 2024년 대선 후보로 지지하겠다는 문항에서 74.1%의 응답률을 기록했다. 이는 71.4%인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앞서는 것이다.
WCS는 미 서부 지역 보수 진영의 가장 큰 행사로 알려져 있다.
득표수로는 드샌티스 주지사가 275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65표로 '양강'의 선두권을 형성했다.
이어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42.9%)과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39.4%), 팀 스콧 상원의원(35.6%) 순이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2인자였던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은 21.6%로 9위를 차지했다.
모의투표는 일반 여론조사처럼 성별, 연령별, 지역별 표본을 엄밀히 따져 실시하진 않는다. 말 그대로 밀짚(straw)을 날려 바람의 방향을 알 수 있다는 정도다.
그러나 드샌티스 주지사가 근소한 차이긴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앞선 것은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그동안 각종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압도적인 격차로 부동의 1위를 기록하며 공화당 내에서 대적할 상대가 없다는 결과가 많았기 때문이다.
드샌티스 주지사는 2013년부터 연방 하원의원을 지내다 2018년 11월 중간선거 때 재검표까지 거치는 접전 끝에 주지사로 당선됐다.
드샌티스 주지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적극 지지해온 강경 보수 성향의 인사로, 2024년 대선 잠룡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유행 때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잇따라 완화하는 조처를 해 논란을 빚고, 투표권 제한 정책을 추진해 민주당과 갈등을 겪기도 했다.
더힐은 공화당의 보수 지지층에 드샌티스 주지사가 인기가 있음을 보여준 결과라면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4년 출마를 공식 선언한다면 압도적인 우위에 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이번 조사는 지지하는 후보를 모두 선택할 수 있게 복수 응답을 허용해 거물이 아닌 군소 주자에게 유리한 방식이었다는 해석이 있다.
하지만 이번 결과는 재출마 여부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불출마를 결정할 경우 드샌티스 주지사가 가장 강력한 공화당 잠룡임을 다시 한 번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2월 말 보수진영의 연례 최대 행사인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의 모의투표 때 드샌티스 주지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55%)에 이어 22%로 2위에 올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문항에서 제외할 경우에는 41%로 1위를 차지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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