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내 축적·암 유발 등 해 끼치나 선진국서도 제대로 규제 안 돼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플라스틱의 화학물질 중 25%가량이 생물의 체내에 쌓이거나 암을 유발하는 등의 해를 가할 수 있는 잠재적 우려 물질이나 선진국에서조차 제대로 관리가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ETH 취리히)과 외신 등에 따르면 이 대학 생태시스템 디자인학 교수 스테파니 헬웨그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플라스틱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을 전반적으로 파악하고 이용 형태와 잠재적 위험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연구 결과를 과학 저널 '환경과학과 기술'(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을 통해 발표했다.
연구팀은 플라스틱 생산, 가공 과정에서 이용되는 첨가제나 가공보조제 등의 화학물질을 광범위하게 연구한 결과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플라스틱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이 약 1만500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했으며, 이 중 2천480종(24%)을 잠재적 우려 물질로 분류했다.
잠재적 우려 물질 중 53%는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지에서 규제되지 않고 있으며, 위험 물질 901종은 식품 포장용으로 사용할 수 있게 허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잠재적 우려 물질의 약 10%는 위험성에 대한 과학연구도 부족한 것으로 분석됐다.
논문 제1 저자인 박사과정 대학원생 헬레네 비징거는 "이런 결과는 플라스틱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의 4분의 1가량이 생물에 유독하거나 체내에 축적된다는 의미"라면서 "이 물질들은 수생생물에 유독하고 암을 유발하고 특정 장기를 손상한다"고 했다.
또 "문제가 있는 물질 중 상당수가 거의 규제되지 않거나 모호하게 규정돼 있는 것은 특히 더 충격적"이라고 했다.
플라스틱은 값이 싸고 실용적이라 연간 3억5천만t이 생산되고 있으나 플라스틱 단량체를 중합체로 만들어 용도에 맞게 생산, 가공하는 과정에서 산화방지제나 가소제, 내연재 등의 다양한 첨가제와 솔벤트, 촉매제 등의 가공보조제가 이용된다.
연구팀이 밝혀낸 화학물질은 유형별로 포장재용 2천489종, 섬유용 2천429종, 식품용 2천109종, 장난감용 522종, 마스크를 포함한 의료용 247종 등의 순으로 파악했다.
플라스틱 화학물질의 위험성은 식품 포장재를 통한 오염이나 실내 먼지나 공기에서 발견되는 프탈레이트 가소제나 브롬화 내연제 등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학계와 업계, 규제 당국은 잘 알려진 제한된 수의 위험 화학물질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논문 공동저자인 ETH취리히의 선임과학자 왕잔윈 박사는 플라스틱 화학물질 중 상당수가 잠재적 위험 물질이라는 점을 밝혀주는 앞선 연구 결과가 있었지만 "잠재적 우려 물질이 이처럼 많다는 것은 걱정스럽다"면서 "이런 물질에 노출되면 소비자와 근로자의 건강과 생태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플라스틱 재활용 가공과 재활용된 제품의 안전과 질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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