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무기금수 결의 직후 2위 무기수입국 러 찾아…'뒷배' 中과도 우호 지속
아세안 4개국은 결의안 기권…'소수 친구' 확보 反쿠데타 국제사회 압박 대응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쿠데타 미얀마 군부의 수장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최근 적극적인 대외 행보를 펼치고 있어 주목된다.
과거 미얀마 군부 수장들이 '은둔형'에 가까웠다면,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국제사회의 비판에 아랑곳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외교 활동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에 따르면 지난 20일부터 러시아를 방문 중인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과 전날 회담했다.
이 자리에서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미얀마군은 러시아 덕분에 지역에서 가장 강한 군대 중 하나가 됐다"고 밝혔다.
흘라잉 사령관이 모스크바 국제안보 콘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한 20일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유엔본부 총회에서 쿠데타를 규탄하고 미얀마 군부에 무기 수출 금지를 촉구하는 결의안이 통과된 지 이틀도 안 돼서였다.
한 술 더 떠 '강군' 육성에 러시아의 역할이 컸다면서 계속해서 러시아로부터 무기를 사들이겠다는 점도 시사했다.
유엔 결의안은 신경도 쓰지 않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러시아는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미얀마의 무기 공급원으로 지난 2014∼2019년 미얀마가 수입한 각종 무기류의 16%가 러시아에서 조달됐다.
미얀마 양곤의 싱크탱크인 탐파디파 연구소의 킨 조 윈 소장은 닛케이아시아에 "미얀마 군부가 특히 서구에서, 크고 군사적으로 강력한 동맹을 가질 수 있는 시기를 잡았다"고 분석했다.
흘라잉 사령관은 '뒷배' 중국과도 우호적인 관계를 지속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에는 쿠데타 이후 가장 큰 규모인 25억달러(2조7천850억원)짜리 미 린 자잉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프로젝트 등 중국이 주도하는 15건의 사업을 승인했다.
같은 달 홍콩 봉황TV와 인터뷰에서는 중국 기업을 보호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이달 4일에는 수도 네피도에서 천 하이 주미얀마 중국 대사를 만났다.
이 소식을 전한 중국 관영매체는 '미얀마 지도자 흘라잉'이라고 보도해 중국 정부의 '호의'를 다시 한번 입증했다.
중국은 2월1일 미얀마 쿠데타 직후 이를 '중대한 개각'이라고 지칭했다.
중국은 이후에도 내정이라는 이유를 들어 러시아와 함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미얀마 군부 제재 방침에 반대하고 있다.
앞서 흘라잉 사령관은 4월24일에는 미얀마도 회원국인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들을 만났다.
자카르타에서 열린 특별 정상회의에서였다.
회의에서 아세안은 즉각적 폭력중단과 특사 및 대표단의 미얀마 방문 등 5개 항에 합의했지만, 후속 조치는 사실상 이뤄진 게 없다.
그럼에도 아세안은 유엔 결의안 내 무기금수 조항 삭제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유엔 총회 결의안 표결에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베트남은 찬성했지만 브루나이, 캄보디아, 라오스, 태국이 기권했다.
흘라잉의 정상회의 등판이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점을 볼 때 흘라잉 사령관이 러시아와 중국, 아세안을 상대로 활발하게 나서고 있는 것은 이들 '소수 우군'과의 연대로 국제사회 압박에 맞서겠다는 속내로 보인다.
이는 크리스틴 슈래너 버기너 유엔 미얀마 특사가 쿠데타 발발 한 달 여 뒤인 3월 3일 미얀마 군부의 소 윈 부사령관과 나눈 대화에서도 드러난 바 있다.
버기너 특사는 당시 "여러 나라로부터 강력한 제재를 받고 고립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지만, 윈 부사령관은 "우리는 제재에 익숙하고 살아남았다", "우리는 소수의 친구와 함께 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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