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부 국경거점 등 최근 10개 지구 장악…"아프간 정부에 심대한 타격"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미군 등 외국군 철수 개시 후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의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점령지 확대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유엔(UN) 측은 매우 심각한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우려를 드러냈다.
23일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탈레반은 전날 북부 타지키스탄 국경지대의 전략 거점인 '시르 칸 반다르'를 차지했다.
시르 칸 반다르는 북부 중심도시 쿤두즈시의 북쪽 50㎞ 지점에 자리 잡은 곳으로 700m 길이의 다리 등이 있다. 중앙아시아와의 교역 확대를 위해 아프간 정부가 2007년 미국 자본으로 야심 차게 건설한 곳으로 하루 1천여대의 차량이 지나다닐 수 있다.
아프간 안보 전문가인 아티쿨라 아마르카일은 AFP통신에 중앙아시아로 가는 핵심 루트를 상실했다는 점에서 아프간 정부에 심각한 타격이 됐다고 말했다.
AFP통신은 지난달 1일 미군 철수 시작 후 탈레반은 가장 중요한 전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보도에 따르면 탈레반이 공격을 시작하자 현지 정부군은 초소를 포기하고 달아났으며 일부는 국경을 넘어 도망쳤다.
정부군은 이 밖에도 북부 조즈잔주의 카마브 지구(district)에서도 별다른 저항 없이 후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구는 시·군과 비슷한 행정 단위로 아프간의 전체 지구 수는 420여개다.
탈레반은 북부 바글란주의 나린 지구, 남부 파크티아주의 지구 3곳도 차지했다.
탈레반은 최근 며칠동안 7개주에서 10개 이상의 지구를 더 장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AFP통신에 따르면 탈레반은 미군 철수 시작 후 87개 이상의 정부 장악 지구를 새롭게 점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탈레반은 2001년 9·11테러 직후 미군의 침공으로 정권을 잃었지만 이후 세력을 회복, 현재 아프간 국토의 절반 이상을 사실상 장악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에 데버라 라이언스 아프간 주재 유엔 특별대표는 전날 미국 뉴욕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에서 "탈레반의 손으로 넘어간 지구 대부분은 주도를 둘러싸고 있다"며 "외국군이 완전히 철수하고 나면 탈레반은 이 도시들을 장악하려고 태세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군 철수 선언은 아프간의 정치 체제와 사회에 엄청난 진동을 안겼다"며 현지 상황이 매우 심각한 시나리오로 흘러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오는 9월 11일 이전에 아프간 철군을 마무리 짓겠다고 밝힌 상태다.
다만, 탈레반의 공세가 강화되자 미군은 21일 철군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내비쳤다.
이런 가운데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정권의 '2인자'인 압둘라 압둘라 국가화해최고위원회 의장과 함께 오는 25일 미국 백악관을 방문할 예정이다.
가니 대통령은 이번 방문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미군 철군과 맞물린 아프간 안정화 방안을 집중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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