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 이준이 교수 "미래 기후변화 전망· 정책 수립에 자연변동성 역할 고려해야"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지구온난화 속에서도 수십 년째 지표 기온이 하강 경향을 보이는 곳이 있다. 바로 남극 대륙 동부 지역이다. 반면 남극 대륙 서부는 심각한 온난화로 얼음이 녹아 해수면 상승을 일으키고 있다. 남극 대륙의 이런 비대칭적 지표 기온 변화의 새로운 원인이 밝혀졌다.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연구단 이준이 연구위원(부산대 기후과학연구소 교수)이 이끄는 국제 공동연구팀은 24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서 열대 서태평양의 강수활동 증가가 동남극 지표 기온 하강의 20~40%를 유발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동남극은 1979년 이후 여름철 지표 기온이 뚜렷한 하강 경향을 보이고 있다. 원인으로는 고위도 대기 순환의 자연 변동성, 성층권 오존 변화, 열대 해수면 온도 변화 등이 제시되고 있지만 이들 요인만으로 기온 하강 추세를 설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연구팀은 기후 관측 자료 분석과 기후 모델 시뮬레이션을 이용해 20~70일 주기로 열대 지역 강수 구역이 크게 변하는 '매든-줄리안 진동'(MJO)이 남극 대륙 지표 기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MJO는 적도 지역인 인도양에서 시작한 강수 활동이 태평양 쪽으로 이동하는 특성을 보인다. MJO에 의한 강수 활동 위치 변화가 세계 여러 지역의 이상 기후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으나 구체적으로 동남극 지표 기온 변화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MJO에 의해 열대 강수활동이 일어나면 수증기가 응결되는 과정에서 열이 다량 발생해 대기가 가열되고 가열된 대기가 상승운동을 하면서 지표에서는 저기압이 형성된다. 반면 강수 지역에서 먼 지역에서는 대기가 하강운동을 하면서 지표면에 고기압이 생성된다.
이런 열대 지역의 대기 가열과 기압 차이는 대기 파동을 일으켜 고위도 지역의 지표 기압과 기온에 영향을 준다. 서태평양 지역에서 강수활동이 일어나면 3~11일 후 동남극 지역 지표면에 저기압이 생기고 기온이 떨어진다. 반면 인도양 지역에서 강수활동이 있으면 동남극 지역 지표기온은 상승한다.
연구팀이 남반구 여름철 동남극 지표 기온 하강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1979년부터 2014년까지 MJO에 의한 강수활동과 동남극 지역 지표 기온 변화를 분석한 결과 강수활동이 서태평양에서 급증한 반면 인도양에서는 급감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 현상이 통계적으로 지난 30여 년간 나타난 동남극 지표 기온 하강 현상에 20~40% 영향을 미쳤다는 결론을 얻었다. 기후 모델 실험을 통해 MJO의 변화가 동남극 지역 지표 기온이 하강하는 장기적 추세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사실도 입증했다.
연구팀은 아직 원인을 알 수 없는 동남극 지표 기온 하강의 60~80%는 장거리 기후 시스템처럼 10일 이내로 지속되는 짧은 기후 현상이나 10년 또는 수십 년에 걸쳐 일어나는 장기적인 기후 현상들에 의해 초래되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준이 연구위원은 "이 연구에서 열대 지역의 자연변동성이 남극 지역의 기후변화를 초래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미래 기후변화 전망 및 정책 수립에서는 인위적 온난화와 더불어 다양한 자연변동성의 역할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scitec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