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매체 "인민일보 우치민으로 총편집인 교체 예정"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공산당의 '비공식 대변인'처럼 행세하며 과격한 막말을 일삼아온 중국 환구시보의 후시진(胡錫進) 총편집인이 곧 교체될 것으로 보인다.
홍콩 성도일보는 23일 베이징 소식통을 인용, 환구시보의 총편집인 후시진이 은퇴하고 인민일보 국제부 부주임 우치민(吳綺敏)이 그 자리를 이어받을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환구시보는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발행하는 상업신문이다.
후시진은 전날 "나는 아직 은퇴하지 않았고 일하고 있다"고 말했으나, 우치민이 이미 몇개월 전부터 환구시보에서 인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성도일보는 전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영향력 있는 오피니언 리더인 후시진이 물러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밝혔다.
1960년 4월생인 후시진은 60세 정년을 넘긴 61세로, 지난해 말부터 은퇴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는 1989년 베이징 외국어대 졸업 후 인민일보 국제부에 합류했다.
2005년 환구시보 총편집인이 된 후 지금까지 중국 최장수 신문 편집인 중 한명이자, 영향력 있고 논란이 많은 오피니언 리더로 악명을 떨쳤다.
성도일보는 "최근 몇 년간 전통 미디어가 뉴미디어의 도전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후시진과 환구시보는 중국에서 가장 성공적인 신문 중 하나로 알려졌다"며 "중국공산당의 비공식 대변인으로 불린 후시진은 웨이보 팔로워가 2천400만명에 달하는 인터넷 유명인사"라고 전했다.
후시진은 사설과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강력한 민족주의적 '늑대전사 발언'을 쏟아내며 중국 국수주의자들의 지지를 받았다.
"호주는 항상 소란을 피우며, 중국의 신발 밑에 붙은 씹던 껌처럼 느껴진다. 가끔 돌을 찾아서 문질러줘야 한다", "중국은 단기간에 핵탄두 수를 1천개로 늘려야한다", "미군이 감히 우리 섬을 공격하면 강하게 반격해야한다" 등 그가 뱉은 말들을 다른 매체들이 인용하면서 파장이 커지는 양상이 반복됐다.
환구시보의 강경한 논조 역시 후시진이 이끌었다.
환구시보는 지난해 10월 방탄소년단(BTS)이 '밴플리트 상'을 받는 자리에서 리더 RM이 "올해는 한국전쟁 70주년이다. 양국이 공유하는 고통의 역사와 수많은 남성과 여성의 희생을 언제나 기억할 것"이라고 한 소감에 일부 중국 누리꾼이 중국을 모욕했다고 반발하자 이를 크게 보도하며 기름을 끼얹었다.
또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갈등 때인 2017년 9월에는 한국을 향해 "김치만 먹어서 멍청해진 것이냐" 등 막말을 쏟아냈다.
성도일보는 인민일보나 신화통신 입장에서는 후시진이 중국공산당 비공식 대변인 역할을 하는 게 불편할 수도 있지만,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후시진의 거칠고 공격적인 발언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고 봤다.
한편, 환구시보의 여성 총편집인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우치민은 1991년 인민일보에 입사해 이듬해부터 중국 지도부를 취재했고, '대국외교 제일 현장'(大國外交第一現場)의 저자로 알려졌다.
인민일보 측 소식통은 우치민에 대해 "매우 유능하고, 겸손하고, 합리적"이라고 말했다고 성도일보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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