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수뇌부, 아프간 탈레반 공세 격화에도 "그들이 나라 지켜야"

입력 2021-06-24 07:06  

미군수뇌부, 아프간 탈레반 공세 격화에도 "그들이 나라 지켜야"
합참의장 "탈레반 장악지역, 철군 이전 상황"…국방장관 "뺏긴 주도 없어"
탈레반, 핵심루트 점령하고 주도 포위…美언론 "탈레반의 성공 평가절하"



(워싱턴=연합뉴스) 이상헌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 등 연합군 철수 개시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 공세가 거세지는 속에서도 미군 수뇌부가 현지 위기상황을 평가절하했다고 정치전문매체 더힐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더힐에 따르면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이날 하원 군사위 청문회에서 "419개 지구 센터 중 81개가 탈레반 통제하에 있다"며 "지구 센터 중 주도는 34개인데 탈레반이 장악한 주도는 없다"고 말했다.
밀리 의장은 "탈레반이 전초기지 등을 공격하는 것은 사실이고, 그들은 일부 지구 센터를 장악해왔다"면서 "탈레반 통제에 있는 81개 지구 센터 중 60%는 작년에 장악된 것이고, 나머지는 두 달 이전에 그런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린 우려하고 주시하고 있다"면서도 "아프간 군·경찰이 30만 명가량인데, 그들의 나라를 지키는 것은 그들의 임무"라고 덧붙였다.
미군 등의 철군으로 아프간에서 탈레반이 다시 활개 친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에 직면하자 현재 탈레반이 장악한 지역은 철군 이전에 이뤄진데다 핵심인 주도들은 온전하다고 주장하면서 반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더힐은 "탈레반의 최근 전장에서의 성공을 경시한 발언"이라고 전했다.
다만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은 최근 일부 주도를 포위한 곳에서 탈레반 점령지가 증가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하지만 그 역시 어떤 주도도 탈레반에 넘어가지 않았다는 점을 내세웠다.



탈레반은 지난달 연합군 철군 개시 이후 북부 중심도시 쿤두즈시 북쪽의 전략 거점인 시르 칸 반다르를 장악했고, 발크주 주도인 마자르-에-샤리프를 에워쌌다.
탈레반의 점령지 확대 움직임에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하미드 카르자이 전 아프간 대통령은 미국이 아프간을 재앙 속에 두고 떠난다고 비판했고, 아프간 주재 유엔 특별대표도 "탈레반은 외국군이 완전히 철수하면 도시들을 장악하려고 태세를 취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오스틴 장관과 밀리 의장은 최근 상원 청문회에서 아프간 테러 조직이 다시 힘을 발휘할 위험 수준을 '중간'이라며, 2년 이내에 일어날 수 있다고 답한 바 있다.
미군 철군 개시 이후 탈레반이 실제로 득세하고 있지만, 국방부는 오는 9월 11일 이전에 철군을 완료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오스틴 장관은 "당면 과제는 안전하고 질서정연하며 책임감 있는 방식으로 철군하는 것"이라며 "계획에 따라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21일 상황에 따라 철군 규모와 속도에 유연성을 가질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이 국가화해최고위원회 의장과 함께 25일 백악관을 찾아 조 바이든 대통령과 회담한다.
honeyb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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