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3대 도시 시카고 소방청, 162년 역사상 첫 여성 수장 맞아
고교생 아들 총기사고 사망 시련…단체 설립해 같은 처지 부모 지원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미국 3대 도시 시카고에서 162년의 시 소방청 역사상 첫 여성 소방청장이 탄생했다.
시카고 시의회는 22일(현지시간) 흑인 여성 아네트 낸스-홀트(56)를 시 신임 소방청장으로 승인했다.
로리 라이트풋 시장은 31년 경력의 낸스-홀트를 시 소방·방재·구조·응급의료 서비스 총책으로 지난달 지명하고 시의회에 승인을 요청한 바 있다.
시카고 소방청은 1986년 처음 여성 소방관을 채용하기 시작했으며, 162년 역사상 여성·유색인종 여성이 소방청장에 임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1990년 시카고 소방관이 된 낸스-홀트는 2018년 '여성 1호' 부청장에 오른 지 4년 만에 미국 3대 도시 시카고의 첫 번째 여성 소방청장이자 첫 흑인 여성 소방청장이라는 기록까지 쓰게 됐다.
낸스-홀트 청장은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 시카고 시민들에게 봉사할 기회를 준 라이트풋 시장에게 감사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내가 어렸을 적엔 여성 소방관, 유색인종 소방관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래서 소방관이 되고 싶던 내 꿈이 이뤄질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차세대에 '마음과 생각을 정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증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시카고 시는 2019년 미국 대도시 사상 처음으로 동성애 흑인 여성을 시장으로 선출했으며, 이후 소수계 여성의 고위직 등용 폭이 확대됐다.
라이트풋 시장은 "소방관을 비롯한 전문직 분야에서 인종차별·성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해야 할 일들이 여전히 많다"며 "소방청 최고위직에 첫 여성, 첫 흑인 여성을 임명하기에 지금보다 더 좋은 때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낸스-홀트는 개인적인 고통과 비극에 당면해서도 맡겨진 임무에 충실하며 희생과 봉사를 최우선으로 한 모범 공무원의 표본"이라고 덧붙였다.
낸스-홀트 청장은 2007년 고교생이던 아들(당시 16세)이 학교 인근의 시내버스 안에서 총에 맞아 숨지는 사고를 겪었다.
이후 그는 총기사고로 자녀를 잃은 부모들을 지원하기 위한 비영리단체를 설립하고, 남편(전직 시카고 경찰)과 함께 아들 이름을 내건 장학재단도 발족했다.
시카고 abc방송은 낸스-홀트 청장이 갖은 어려움을 딛고 일어서 시카고 소방청의 최고책임자 자리에 오르면서 또 하나의 '유리 천장'을 깨는 성취를 이뤘다고 평했다.
이어 "인종차별·성차별 역사가 있는 시카고 소방청이 전환기를 맞은 때, 그의 임명은 소방청의 신입·고참 모두에게 새로운 영감을 안겼다"고 전했다.
시카고 소방청은 지난달 42명의 소방관을 신규 채용했으며 이 가운데 여성이 13명, 소수계가 15명을 차지한다.
전미화재예방협회(NFPA)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정규직 소방관 가운데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4%, 자원봉사자까지 포함해도 11%에 불과하다.
chicagor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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