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개막 코앞인데 도쿄 코로나 재확산·백신 구상 차질

입력 2021-06-24 11:53   수정 2021-06-24 12:06

올림픽 개막 코앞인데 도쿄 코로나 재확산·백신 구상 차질
수급 불균형에 접종 신청 중단…경고 무시하고 유관중 올림픽
후생노동성, 공적 접종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허용 검토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올림픽 개막이 한 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개최 도시 도쿄도(東京都)를 중심으로 일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도가 다시 빨라지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가 '결정적 카드'로 꼽았던 백신 접종은 수급 불균형으로 인해 계획이 틀어질 가능성이 엿보인다.
일본 당국은 전문가의 권고를 수용하지 않고 경기장에 1만 명 이하의 관람객을 수용하는 유관중 올림픽을 하기로 결정해 대회를 계기로 감염이 확산할 것 우려된다.

◇ 긴급사태 풀었더니 도쿄 감염 급증…경고 무시하고 '관중 수용' 결정
24일 현지 공영방송 NHK의 집계를 보면 일본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전날 1천779명을 기록해 일주일 전인 16일보다 증가 폭을 70명(4.1%) 확대했다.
일주일 전과 비교한 하루 신규 확진자는 지난달 15일부터 이달 21일까지 38일 연속 축소하다 22∼23일 이틀 연속 확대했다.
요일별 집계 편차를 고려해 일주일 전과 비교해 감염 확산 속도를 가늠하는데 오키나와(沖繩)현을 제외한 전 지역의 긴급사태를 해제(21일 0시)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감염 확산 속도가 빨라지는 양상이다.



도쿄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일주일 전과 비교한 도쿄의 하루 신규 확진자는 사흘 연속 플러스를 기록했다.
23일 신규 확진자는 619명으로 일주일 전보다 118명(23.6%) 많았다.
도쿄에서는 최근 일주일간 확진자 2천959명이 늘었다. 일주일 전과 비교하면 증가 폭은 267명(9.9%) 확대했다.
전문가들은 감염 확산 속도가 다시 빨라지는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코로나19에 관해 후생노동성에 조언하는 전문가 조직은 "도쿄가 리바운드(감염 재확산)를 향하는 것이 매우 우려된다"는 분석 결과를 23일 내놓았다고 도쿄신문이 전했다.



이날 회의에서 니시우라 히로시(西浦博) 교토대 교수(감염증역학)는 인도에서 주로 유행한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비율이 올림픽 개막식이 예정된 다음 달 23일 약 70%에 달할 것이라고 일본의 감염 상황을 전망했다.
오미 시게루(尾身茂) 코로나19 대책 분과회 회장 등은 도쿄의 하루 확진자가 600명을 넘은 것에 대해 확진자 수 '상승 기조'이며 감염자가 앞으로 '급격히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계감을 드러냈다.
감염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도 일본 정부가 관중을 1만 명까지 수용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을 것에 관해 오미 회장은 "나의 의견은 말씀드렸다"며 말을 아꼈다.
결정적인 순간에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는 일본 당국의 태도에 실망을 느낀 것으로 추정된다.



오미 회장을 비롯한 전문가들은 앞서 대회를 개최하려면 무관중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이들은 애초에는 대회 개최 자체에 상당히 회의적이었다.
스가 총리가 G7 정상회의에서 개최를 공언하는 바람에 개최하는 것을 전제로 제언하는 등 수위를 낮춘 의견을 냈는데도 일본 정부가 사실상 이를 무시한 셈이다.

◇ '설상가상' 백신 수급도 불균형…AZ 백신 검토
상황은 더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
일본 정부는 백신 접종 속도를 높여 감염 확산을 억제한다는 구상이었으나 수급이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니치(每日)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기업을 중심으로 한 직장 접종으로 수백만 명 정도가 백신을 맞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신청자가 약 1천500명에 달하는 등 수요가 공급 능력을 넘어섰다.



결국 고노 다로(河野太郞) 행정개혁 담당상은 직장접종과 지자체가 실시하는 대규모 접종의 신청을 당분간 받지 않겠다고 23일 발표했다.
직장이나 지자체의 대규모 접종에는 모더나의 백신이 사용되는데 현재 추세대로라면 9월 말까지 공급받기로 계약한 5천만 회(2천500만 명분)로는 부족할 것으로 추정됐기 때문이다.



직장 접종이 호응을 얻는 것으로 볼 수 있으나 공급이 빠듯한 상황에서 효율적 배분이 이뤄지지 않으면 접종 정체 현상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지자체가 고령자부터 순차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기존의 접종에 사용되는 화이자 백신 공급에 대해서도 불안감이 제기되고 있다.
화이자 백신은 6월 말까지 1억 회분(5천만 명분)이 공급되지만 7∼9월 공급량은 합계 7천만 회분(3천500만 명분)으로 줄어든다고 마이니치는 전했다.
지방자치단체들 사이에서는 앞으로 공급량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과 불안이 퍼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는 사용을 승인해놓고 공적 접종 대상에서 제외했던 영국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후생노동성은 예방접종법상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을 맞을 수 있는 대상자를 18세 이상으로 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관계자가 밝혔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권장하는 연령은 60대 이상으로 한정하되 법령상 대상자는 18세 이상으로 정하는 방안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백신에 관한 방침은 30일 열릴 후생노동성 전문분과회에서 논의된다.
일본 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을 지난달 특례 승인했다.
하지만 외국에서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이 부작용으로 보고된 점을 고려해 정부가 비용을 대는 공적 접종에서는 당분간 제외하기로 하고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동남아 국가 등에 무상 제공하고 있다.
sewon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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