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홍콩기자협회장 "홍콩보안법으로 레드라인 설정돼"

입력 2021-06-25 06:06  

[인터뷰] 홍콩기자협회장 "홍콩보안법으로 레드라인 설정돼"
"경찰이 문 앞에 오기 전까지 레드라인 넘었는지 알 수 없어"
"빈과일보, 정부 감시서 중대한 역량 발휘·많은 자원 구축"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 유일의 민주진영 신문이라고 불린 빈과일보가 24일 폐간되면서 홍콩 사회가 출렁이고 있다.
홍콩에서 언론의 자유가 위축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 속에서 특히 홍콩 언론계의 동요가 클 수밖에 없다.
친중 진영 언론에서는 빈과일보의 폐간을 환영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쪽에서는 향후 자기 검열 강화 등 취재진의 활동에 제약이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연합뉴스는 25일 홍콩 기자협회장에게 빈과일보 폐간과 관련한 파장을 물었다.
이달 중순 새롭게 기자협회장으로 선출된 론슨 챈 회장은 질문에 대한 답을 매우 조심스럽게 했고 즉답을 회피하기도 했다.
그는 무료 온라인뉴스 입장신문의 선임기자다.
다음은 일문일답.


-- 빈과일보 폐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빈과일보가 폐간에 이른 이유가 뭔가.
▲ 빈과일보 관련 회사 3개의 계좌가 동결됐고, 그중 하나는 임금 지급용 주요 계좌다. 해당 계좌로 돈을 입금할 수도 인출할 수도 없게 돼 직원의 임금을 지급할 돈이 없게 된 것이다. 고용조례에 따르면 고용주는 직원에 임금을 지급해야하며 그렇지 않으면 기소된다.
-- 빈과일보 폐간이 미칠 파장은 무엇인가.
▲ 빈과일보는 경력이 많은 기자를 포함해 약 1천명을 고용한 대규모 매체다. 홍콩정부 감시에서 중대한 역량을 발휘해왔다. 빈과일보는 대규모 투자를 통해 정부를 감시하고 정부에 맞서는 뉴스를 생산하는 데 있어 많은 자원을 구축해왔다.
-- 홍콩보안법이 홍콩 언론계에 미친 영향은 무엇인가.
▲ 홍콩보안법에는 정부에 유리한 조항이 많이 있다. 예를 들어 뉴스 취재자료에 대한 보호는 이전까지 법으로 보호됐으나, 홍콩보안법 시행으로 바뀌었다. 지난주 경찰이 빈과일보 사옥을 압수수색할 당시 그들은 아무런 제약이나 감시자 없이 사무실 내 컴퓨터를 켜고 조사를 했다. 홍콩보안법은 경찰이 취재자료를 압수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이는 이전까지는 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지난해 6월 30일 시행된 홍콩보안법은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의 결탁 등 4가지 범죄를 최고 무기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한다.
홍콩 경찰은 빈과일보 사주와 편집국장 등을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고, 수석 논설위원을 체포했다.
경찰은 빈과일보에 2019년부터 실린 30여건의 글이 외세와 결탁한 혐의를 받는다고 밝혔다.
홍콩보안법을 적용해 언론사를 수색하고 언론인을 체포·기소한 것은 빈과일보 사례가 처음이다.)




-- 홍콩에 표현의 자유가 있다고 생각하나.
▲ 대부분의 경우 시민들은 표현의 자유를 누릴 수 있다. 다만, 독립이나 제재와 관련된 이슈에서는 그렇지 않다. 레드 라인(넘어서는 안 되는 선)이 설정됐다. 그러나 당국은 레드 라인이 어디까지인지를 분명하게 밝히지 않았다. 언론인들은 경찰이 자택 문 앞에 오기 전까지는 자신이 레드 라인을 넘었는지를 결코 알 수가 없다.
-- 홍콩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홍콩은 나의 고향이고 나는 감금될 때까지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환경이 약화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홍콩의 기자들이 나와 마찬가지로 언론의 자유 수호를 위한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홍콩인들은 좋은 뉴스, 좋은 기자, 팩트와 진실을 필요로 한다. 기자들이 후퇴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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