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서 215구 이어 새스캐처원주서 751구 발견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 캐나다 남서부의 옛 원주민 기숙학교 부지에서 새로 발견된 유해는 751명에 달했다.
지난달 발견된 옛 원주민 기숙학교 부지의 유해보다 3배를 훌쩍 넘었다.
아직 어두운 과거사에 대한 발굴 및 속죄가 계속되는 캐나다 사회에 다시 큰 충격을 안겨줬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캐나다 새스캐처원주 원주민 대표 조직인 '원주민 주권 연합'(FSIN)은 새스캐처원주 소도시 카우세스의 옛 매리벌 원주민 기숙학교 자리에서 751명 정도가 묻힌 무덤터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전날 FSIN은 수백 개의 무덤터를 발견했다고 밝힌 뒤 이날 공식적으로 구체적인 규모를 공개했다.
무덤터에는 교회에서 일했던 것으로 보이는 비원주민 성인 유해도 일부 섞여 있었다.
지난달 말 브리티시 컬럼비아(BC)주 캠루프스의 원주민 기숙학교 부지에서 아동 유해 215구가 매장된 현장이 발견된 후 새스캐처원주 원주민 단체 주도로 매리벌 기숙학교 부지에서도 탐사 작업이 벌어졌다.
레이저 장비를 동원해 탐사 작업을 한 끝에 묘비도 없는 무덤터가 발견됐다.
원주민 단체 측은 기숙학교가 묘비를 없애버렸다면서 "묘비 제거는 범죄로 우리는 범죄 현장을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
원주민 기숙학교는 1883년 즈음부터 1996년에 이르기까지 100여 년간 정부와 가톨릭교회 주도 아래 운영됐다.
전국적으로 139곳에 달했고, 강제 수용된 원주민 아동이 15만 명 정도로 추산됐다. 이번에 대규모 무덤터가 발견된 매리벌 기숙학교는 1899년 개교했다.
어린이들은 강제로 부모의 품에서 떼져 기숙학교로 왔다. 기숙학교에서는 토착 언어를 쓰지 못했고 토착 문화 관행도 금지됐다. 백인 동화 교육이 실시된 것이다.
질병이 만연했고 성적, 물리적, 감정적 학대가 광범위하게 자행됐다. 심각한 영양실조를 겪은 학생들도 있었다.
캐나다 정부가 1969년부터 기숙학교 체제의 운영을 맡기 전까지 가톨릭이 운영해왔다.
캐나다 정부는 기숙학교의 잔혹상에 대한 증언이 계속 나오자 진실화해위원회를 설치하고 지난 6년간 조사를 벌여왔다.
위원회의 공식 조사 결과 이 시설에서 백인 동화 교육을 받는 동안 전염병과 학대 등으로 최소 4천100명의 어린이가 사망하거나 실종된 것으로 드러났다. 탈주를 시도하다 사망한 어린이들도 있었다.
최근 두 차례 발견된 것처럼 시신이 매장되기도 했지만, 용광로에 던져졌다는 증언도 나왔다.
부모들은 아이가 어떻게 사망했는지 이야기도 제대로 듣지 못했다. 기숙학교 측은 어린이들이 도망쳐 사라졌다는 식으로 둘러댔다.
사망자와 실종자가 1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캐나다 정부와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캠루프스 기숙학교에서 유해가 발견된 후 "부끄러운 역사"라며 공식 사과했고 어두운 역사를 추념하기 위해 법정 공휴일도 정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캠루프스 기숙학교에서 유해가 발견되고 일주일 만에 "캐나다에서 전해진 소식을 접하고 경악했다"며 "이는 우리 모두 과거의 식민지 개척 모델과 거리를 두어야 함을 상기시키는 강력한 신호"라고 말했다.
다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과하거나 유감을 표명하지는 않았다.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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