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반트 일대서 현생인류 조상과 10만년 이상 공존 화석인류 확인

입력 2021-06-25 11:13  

레반트 일대서 현생인류 조상과 10만년 이상 공존 화석인류 확인
시멘트 광산 유적지서 발굴…"네안데르탈인 조상 추정" 유럽 기원설 반박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이스라엘에서 현생 인류의 조상과 10만 년 이상 공존한 새로운 사람속(屬) 화석인류가 확인돼 학계에 보고됐다.
두개골 조각과 아래턱뼈, 이빨 등만으로 확인한 것이지만 인류의 진화사를 연구하는 귀중한 단서로 제시됐다.
이스라엘 텔아비브대학과 외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연구진은 라믈라시 인근 네쉐르 시멘트 공장 광산 내 유적지에서 발굴된 14만~12만년 전 고대 인류의 화석을 연구한 결과를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를 통해 발표했다.
연구팀은 지난 2010년 8m 아래 지층의 말과 사슴 등 동물뼈와 석기 사이에서 나온 두개골 조각과 아래턱뼈 등의 화석을 수년간 다른 사람속의 화석 수백개와 비교 연구한 끝에 '네쉐르 라믈라 호모'(Nesher Ramla Homo)라는 이름을 붙였다.
연구팀은 독특한 이빨 형태를 근거로 타분 동굴(16만년 전)과 주티예 동굴(25만년 전), 케셈 동굴(40만년 전) 등 이스라엘 주변에서 발굴된 고대 인류 화석들이 같은 네쉐르 라믈라 호모에 속하는 것으로 제시했다.
논문 공동저자인 텔아비브대학의 이스라엘 헤르쉬코비츠 교수는 네쉐르 라믈라가 약 40만년 전부터 10만년 전까지 이 지역에서 거주했을 것으로 추정하면서, 화석의 주인공은 "한때 중동지역에서 아주 우세했던 그룹의 마지막 생존자 중 일부였을 수 있다"고 했다.



연구팀은 네쉐르 라믈라가 이빨과 아래턱이 네안데르탈인과 유사하고 두개골은 고대 인류의 특성을 보여 네안데르탈인의 선조를 닮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네안데르탈인의 선조 중 적어도 일부는 지금의 지중해 동부 연안인 레반트 지역에 기원을 두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네안데르탈인은 지금까지 유럽에서 발원했으며, 일부가 추위를 피해 남하하면서 약 7만년 전 레반트 지역까지 오게 된 것으로 여겨져 왔다.
연구팀은 그러나 네쉐르 라믈라가약 40만년 전부터 이 지역에서 살면서 유럽과 아시아로 퍼져나간 것으로 제시하면서 "유럽의 네안데르탈인이 실제로는 레반트지역에서 이주해 갔다"고 했다.
연구팀은 현생인류의 조상이 약 20만년 전에 북아프리카와 유라시아의 교차점인 레반트 지역에 도착해 적어도 10만년 이상 네쉐르 라믈라와 공존하며 문화적, 유전적 상호작용을 한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화석에 유전물질이 남아있지 않아 유전자 분석까지 진행하지는 못했지만, 네쉐르 라믈라의 존재가 현생 인류가 유럽에 도착하기도 전에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에 현생인류의 피가 섞이게 된 경위를 설명해주는 것이라고 했다.
이번 연구결과와 관련, 런던자연사박물관의 크리스 스트링거 교수는 BBC뉴스와의 회견에서 "네쉐르 라믈라가 사람속의 서로 다른 종이 이 지역에서 공존했다는 점을 확인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하면서 "그러나 현 단계에서 네쉐르 라믈라를 네안데르탈인에 결부시키는 것은 너무 나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eomn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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