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과일보 기사 사수하자" 홍콩 독자들,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

입력 2021-06-25 11:33   수정 2021-06-25 11:34

"빈과일보 기사 사수하자" 홍콩 독자들,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
홍콩매체 "홍콩보안법 위반 여부 불분명"…"마지막호 가판대서 매진 행렬"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 반중신문 빈과일보가 24일 폐간하자 빈과일보 기사를 퍼다 나른 디지털 아카이브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로이터통신 등이 25일 보도했다.
빈과일보의 홈페이지는 마지막호 발간에 앞서 지난 23일 밤 11시 59분 서비스를 종료했다.
현재 '구독자에 대한 안내문'만 게시됐고 기존 기사를 검색할 수 있는 기능 등은 모두 사라졌다.
빈과일보의 공식 소셜미디어 계정도 모두 폐쇄됐다.



SCMP는 "빈과일보 홈페이지가 운영 중단 된 후 빈과일보 기사를 옮겨놓은 4개의 디지털 아카이브가 등장했다"며 "이용자들이 계속해서 콘텐츠를 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그러나 빈과일보의 기사를 공유하는 게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위반에 해당하는지는 불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홍콩 경찰은 빈과일보에 2019년부터 게재된 30여편의 글이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는다고 밝혔다.
또 "대중은 홍콩보안법을 위반하지 않으려면 빈과일보의 문제의 기사들을 공유하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로이터는 블록체인을 활용해 검열이 불가능한 빈과일보 아카이브가 구축됐다고 보도했다.
블록체인은 여러 대의 컴퓨터에 정보를 복제해 저장하는 분산형 데이터 저장기술이다.
모든 참여자들이 데이터를 저장하기 때문에, 중앙집중형 시스템과 달리 데이터 조작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로이터는 21세의 홍콩 사이버 활동가가 빈과일보의 기사를 블록체인 플랫폼 아르위브(ARWeave)로 퍼나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르위브는 홈페이지를 통해 "절대로 잊히지 않는, 집단적으로 소유된 하드 드라이브"라고 설명하고 있다.
자신을 '호'라고 밝힌 이 활동가는 "나는 빈과일보를 사랑하기 때문에 이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이 일이 해야하는 일이기 때문에 한다"고 말했다.
그는 "빈과일보가 이렇게 빨리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24일 현재 4천건 이상의 빈과일보 기사가 아르위브에 올려졌다.
아르위브에는 홍콩 공영방송 RTHK가 제작한 시사다큐멘터리 등도 속속 옮겨지고 있다.
지난달 RTHK가 1년이 넘은 프로그램을 데이터베이스(DB)에서 삭제하는 작업에 돌입한 데 따른 것이다.
RTHK는 12개월 지난 프로그램을 삭제하는 게 관행이라고 했지만, 시민사회에서는 RTHK가 경찰과 친중 진영이 비판해온 시사평론 프로그램 '헤드라이너' 등을 우선적으로 삭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킨코'라는 이름의 또다른 프로그래머는 '라이크코인'이라는 이름의 블록체인 플랫폼을 제작 중이다.
아직 시험 단계이지만 홍콩 민주진영 온라인 매체 시티즌뉴스는 이미 라이크코인에 자사 제작물을 저장하고 있다고 로이터에 밝혔다.
킨코는 "역사는 권력자에 의해 결정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빈과일보 기사를 사수하려는 움직임은 전날 발행된 마지막호 구매로도 이어졌다.
빈과일보는 전날 평소보다 12배가량 많은 100만부를 발행하며 독자들에게 작별을 고했는데, 많은 신문 가판대에서 매진 행렬이 이어졌다고 SCMP와 AP통신이 보도했다.
특히 24일 새벽 1시께 빈과일보 마지막호가 처음 배달된 몽콕 지역 가판대에서는 23일 밤 10시께부터 3시간씩 기다린 독자들의 길이 수백m 이어지기도 했다.
사람들이 몰리는 가판대의 경우는 1인당 빈과일보 구매 할당량을 정해놓아 한번에 원하는 부수만큼 구매하지 못한 독자는 두세 차례 다시 줄을 서서 신문을 사가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홍콩 신문잡지상인협회 측은 빈과일보 독자가 앞으로 다른 신문을 구매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면서, 빈과일보의 폐간으로 그만큼 신문가판대의 수입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홍콩보안법 위반으로 기소된 라이언 로 전 빈과일보 편집국장과 모회사 넥스트디지털의 최고경영자(CEO) 청킴훙(張劍虹)은 경찰이 압수해간 취재자료를 돌려줄 것을 법원에 요청했다. 또 경찰의 무단침입과 압수물의 불법점유 등에 관한 손해 배상을 요구했다.
경찰은 지난 17일 이들의 자택과 빈과일보 사옥을 압수수색해 취재자료 등을 가져갔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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