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명 부상해 입원…"환자 대다수는 여성·어린이·노인"
정부군 "반군 겨냥해 정밀타격" 주장…구조대 출입 막기도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내전 중인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서 반군 근거지를 겨냥한 정부군 공습으로 최소 64명이 사망했다고 AFP, AP통신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에티오피아 정부군은 지난 22일 티그라이주(州) 주도인 메켈레의 토고가 시장에 자군이 공습을 단행했다고 확인했다.
정부군은 당일 반군인 티그라이인민해방전선(TPLF) 요원 여러명이 '순교자의 날'을 기리기 위해 토고가에 집결해 이들을 겨냥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지 의료진은 수많은 민간인 사상자가 나왔다고 외신에 전했다.
한 현지 직원은 공습으로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64명이 숨졌고 현재 기준 최소 73명이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부상자가 100명이 넘는다고 전했다.
입원 환자 중에는 포탄 파편에 맞아 다친 이들이 많았고 일부는 팔이나 다리를 절단해야 할 정도로 부상이 심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리를 다쳐 입원한 한 23세 환자는 "전투기가 머리 위를 지나갈 때까지 아무런 소리도 안 났다"면서 "순식간에 폭발이 일어났고 포탄 파편이 여러 곳으로 튀었다"고 공습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친구 2명이 숨졌고 사방에 시체가 널렸다"고 말했다.
AFP통신은 공습 직후 정부군 병력이 응급 요원의 현장 출입을 막아서 구체적인 피해 상황이 늦게 알려졌다고 전했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공습 후 이틀이 지난 현재까지도 유엔 측 요원이 현장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의사는 AP에 "많은 사망자는 우리 의료진이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제때 치료받지 못해 목숨을 잃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환자 대다수가 여성, 고령 남성, 어린이였고 젊은 남성은 적었다고 전했다.
정부군은 외신에 "에티오피아 공군은 최첨단 기술로 정밀 타격에 나섰고 성공했다"면서 공습이 민간인과 시장을 겨냥한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티그라이 주민들은 이 설명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 주민은 AP에 "정부 주장은 주민들에게 모욕적"이라면서 "여기서 자라서 잘 아는데, 이 지역에는 전투원이 없다. 내 가족 친지들의 집만 파괴됐다"며 울분을 토했다.
이번 공습은 지난 21일 진행된 에티오피아 총선 결과가 아직 집계 중인 상황에서 벌어졌다.
내전이 한창인 티그라이 지역에선 선거가 치러지지 않았다.
에티오피아 내전은 지난해 11월 아비 아머드 총리가 티그라이 집권 지역 정당 티그라이인민해방전선(TPLF)을 축출하려고 이 지역에 군대를 투입하며 본격화했다.
정부군은 군사작전 개시 약 한 달 만에 메켈레를 점령했고, 티그라이에는 친(親)정부 임시정부가 수립됐다.
하지만 패퇴한 TPLF 반군은 시골 지역에서 저항을 계속해왔고 최근 들어 충돌 사례가 급증했다.
양측의 분쟁으로 지금까지 수천 명이 목숨을 잃었고 200만 명의 피란민이 발생했다. 지난 9일 유엔은 티그라이에서 약 35만명이 기근 상태로 보인다고 밝혔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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