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서 발굴된 새끼 화석 증거…온혈동물 입증 "확실한 증거"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북극에 가까운 극 위도 지역에도 공룡이 살며 새끼를 부화해 길렀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보다 기온이 높았다고는 해도 여전히 추웠을 극 위도 지역을 단순히 거쳐 간 것이 아니라 연중 내내 정착해 살며 알을 낳아 번식까지 했다는 것이다.
미국 알래스카대학 북부박물관의 척추 고생물학자 패트릭 드러켄밀러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알래스카 북부 오지에서 10여 년에 걸친 어려운 발굴 작업 끝에 적어도 7종의 공룡이 극 위도 지역에서 부화한 증거를 생물학 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발표했다.
저널 발행사 '셀프레스'(Cell Press)와 외신에 따르면 파충류가 살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혹한의 극 위도 지역에서 공룡의 화석이 처음 발굴된 것은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혀 예기치 못한 곳에서 발견된 공룡 화석을 두고 북극곰처럼 이 지역에 살던 공룡이라는 가설과 계절적으로 풍부해진 먹이를 따라 이동해 와 새끼까지 낳았을 수도 있다는 가설이 맞섰다.
연구팀은 북위 80~85도의 백악기 후기 '프린스 크리크 지층'에서 공룡 화석을 찾아냈다.
하드로사우루스로 불리는 오리주둥이 공룡, 뿔을 가진 각룡류, 티라노사우루스과의 육식공룡 등의 화석이 나왔다.
연구팀은 지름이 몇 밀리미터에 불과한 작은 이빨과 뼈 화석들이 알에서 막 나오거나 부화하기 직전의 새끼 공룡에게서 나온 것으로 분석했다.
드러켄밀러 박사는 "지금까지 알려진 것 중 가장 북단의 공룡 화석"이라면서 알이나 막 부화한 형태의 화석은 아니지만 처음으로 7종 이상 공룡의 번식을 분명하게 입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태어나자마자 장거리 이동이 가능한 북미산 순록과 같은 포유류와는 달리, 공룡은 덩치가 커도 알을 통해 작은 새끼를 낳기 때문에 수천 킬로미터에 달하는 장거리 이동이 불가능한 것으로 분석했다. 새끼 공룡의 작은 뼈 화석만으로도 공룡의 극지방 부화를 입증하기에 충분하다는 의미다.
백악기 후기 북극 지역은 연평균 기온이 약 6도로 침엽수와 양치류, 쇠뜨기 등이 자라는 숲이 있었지만 약 4개월에 걸쳐 어두운 겨울이 지속하면서 혹한 속에 눈까지 내렸다.
드러켄밀러 박사는 "우리가 찾아낸 육식공룡 대부분은 아마도 깃털을 가졌을 것"이면서 "겨울에 살아남기 위해 자체적으로 다운파카를 입은 것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고 했다.
초식공룡도 깃털을 가졌는지에 대해서는 뚜렷한 증거가 없지만 작은 초식공룡들은 땅굴을 파고 동면을 했을 수도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또 큰 몸집에 지방을 축적한 대형 초식공룡은 잔가지나 나무껍질 등을 먹으며 겨울을 났을 것으로 봤다.
연구팀은 공룡이 극위도 지역에서 생활한 것은 다른 연구에서도 제시됐듯이 공룡이 온혈 동물이라는 단서를 제공해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논문 공동 저자인 플로리다주립대학의 그레고리 에릭슨 박사는 "북극에 공룡이 연중 내내 살았다는 것은 공룡의 생리에 대한 자연의 시험"이라면서 북극의 겨울을 견뎌낸 공룡의 능력은 공룡을 새와 포유류만 포함된 온혈동물 반열에 올려놓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증거"라고 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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