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매체 "내년 당대회가 가늠자…후계자 등장 기대는 어려울 듯"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공산당이 100주년을 맞은 가운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이을 뚜렷한 후계자가 보이지 않는 것이 조만간 당에 문젯거리가 될 수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5일 보도했다.
권력 이양은 역대 가장 유능한 지도자였던 마오쩌둥(毛澤東·1893∼1976)조차도 골치를 앓았던 사안으로, 후계구도가 확립되지 않으면 엄청난 불확실성 속에 결국 당 지도체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시 주석은 전임자들과 달리 2017년 첫 임기를 마쳤을 때 후계자를 정하지 않았다.
이어 2018년에는 헌법을 고쳐 국가주석의 연임 제한 규정을 철폐해 장기 집권의 길을 열었다.
SCMP는 시 주석이 여러 측면에서 지금까지 지도부가 지켜온 불문율을 따르지 않고 '유연성'을 발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68세가 되면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에서 은퇴하는 게 관례(七上八下·67세는 유임 68세는 은퇴)였지만 지난주 68세가 된 시 주석은 이러한 비공식적인 은퇴 연령이 너무 융통성이 없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뚜렷한 후계자가 안 보이는 가운데, 내년 가을 열릴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꾸려질 새 지도부에서도 후계자가 등장할 것으로 기대되지 않는다고 관측했다.
다만 내년 당대회에서 진행될 개각을 보면 시 주석이 어떻게 당의 위기를 피하고 후계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영국 런던대 동양·아프리카대(SOAS) 산하 중국연구소의 스티브 창 교수는 "후계가 마침내 드러나기 시작할 때 구조 혹은 과정이 명확하지 않거나 잘 규정돼 있지 않으면 매우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 싱크탱크 메르카토르중국학연구소(MERICS)의 니스 그룬버그 분석가는 "임기 제한과 후계 규범을 폐지함으로써 시 주석은 자신의 시각과 중국을 위한 국가 계획을 수립할 시간을 더 벌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시 주석은 동시에 지도부 체제에 다시 한번 엄청난 불확실성을 주입했고, 이는 시 주석이 사라지는 순간 결국 지도부 체제를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리서치 회사 플레넘의 펑추청 분석가는 "시 주석은 관리를 평가하고 선택하는 데 있어 연령 제한 같은 관습을 엄격하게 따르기 보다는 좀 더 유연함을 보여주면서 복잡한 셈법을 적용했다"고 말했다.
홍콩에 대해 아무런 경험이 없는 뤄후이닝(駱惠寧)을 간부의 은퇴 연령인 65세에 홍콩 주재 중앙정부 연락판공실 주임에 임명한 것이 그 단적인 사례라는 설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 주석이 신임하는 류허(劉鶴) 부총리와 양제츠(楊潔)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이 내년에 은퇴할 것인지 불분명하다고 SCMP는 전했다. 두 사람은 각각 내년에 70세와 72세가 된다.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 7명에도 변화가 예상되는데 그중 리잔수(栗戰書) 전인대 상무위원장과 한정(韓正) 부총리가 내년이면 은퇴 연령인 68세를 넘긴다.
SCMP는 후춘화(胡春華) 부총리, 리창(李强) 상하이시 당서기, 리시(李希) 광둥성 당서기, 천민얼(陳敏爾) 충칭시 당서기 등이 차기 상무위원으로 물망에 오른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위안자쥔(袁家軍) 저장성 당서기, 인융(殷勇) 베이징시 부시장도 향후 승진 대상으로 전문가들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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