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수출규제 2년] ⓛ 소부장 핵심품목 공급망 안정화 '진전'

입력 2021-06-27 05:59  

[일본 수출규제 2년] ⓛ 소부장 핵심품목 공급망 안정화 '진전'
3대 품목 日 수입비중 줄고 소재·부품 의존도 최저
고부가가치 분야는 日 영향력 여전…"장기간 투자 필요"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후 2년이 지난 현재 핵심품목의 수급 여건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면서 산업 현장은 큰 문제 없이 돌아가고 있다.
오히려 소재·부품 분야의 수입처가 다변화되면서 일본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지고 일부 소재·장비는 국산화에 성공하는 등 성과도 나오고 있다.
다만 핵심 소재·부품에서는 여전히 일본의 영향력이 크고, 장비 분야의 국산화율이 낮은 만큼 아직 방심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일본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일본과의 관계에서 협상력으로 쓸만한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 수출규제 3대 품목 일본 의존도↓…소재·부품 비중도 역대 최저
27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5월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의 일본 수입 비중은 85.2%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88.6%보다 3.4%포인트(p) 낮아졌다.
EUV용 포토레지스트는 반도체 공정에서 빛을 인식하는 감광재로, 삼성전자[005930] 등의 차세대 반도체 공정에 투입되는 소재다.
일본의 수출 규제가 가해지기 전인 2년 전(2019년 1∼5월)의 대일본 수입비중이 91.9%에 달했던 것을 고려하면 6.7%포인트 줄어든 것이다. 연간으로는 2019년 88.3%에서 2020년 86.5%로 하락했다.
이는 국내 업계가 일본 수출 규제 이후 벨기에를 통해 포토레지스트를 우회 수입한 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해 1∼5월 벨기에 수입 비중은 9.8%로 전년 동기의 5.8%보다 4.0%포인트 증가했다. 2019년 1∼5월(0.4%)과 비교해선 9.4%포인트나 높아졌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의 일본 수입 비중도 1∼5월 기준 지난해 93.9%에서 올해 93.6%로 0.3%포인트 하락했다. 다만 연간 비중은 2019년 93.0%에서 2020년 93.8%로 소폭 늘었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불소 처리를 통해 열 안정성을 강화한 필름으로, 휘어지는 디스플레이 제작에 쓰인다.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는 올해 1∼5월 일본 수입 비중이 13.0%로 1년 전(12.3%)보다 0.7%포인트 증가했다. 하지만 2년 전(43.9%)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연간 수입 비중도 2019년 32.2%에서 2020년 12.9%로 큰 폭으로 줄었다. 불화수소는 웨이퍼의 산화 불순물을 제거하는 과정이나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해 반도체 패턴을 새기는 데 활용된다.
올해 1∼5월 수입액을 놓고 보면 3대 품목 모두 작년 같은 기간보다 늘었다. 포토레지스트가 6.0%, 플루오린 폴리이미드가 10.6%, 불화수소가 15.3% 각각 증가했다.
포토레지스트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2년 전(2019년 1∼5월)과 비교해도 수입액이 늘었다.
반면에 불화수소는 수출규제 전보다 80% 이상 줄었다. 작년 기준 불화수소의 대일 수입액은 938만달러로 2003년(738만달러) 이후 17년 만에 처음으로 1천만달러를 하회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수입액이 증가한 것은 반도체 시장이 전체적으로 커지면서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라며 "수입 비중으로 보면 일본에 대한 의존도가 조금씩 줄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소재·부품 분야 전체의 대일 의존도는 역대 최저치로 낮아졌다.
산업통상자원부 '소재부품 종합정보망'에 따르면 올해 1∼4월 한국의 소재·부품 누적 수입액 647억9천500만달러 가운데 일본 제품은 96억9천600만달러로 15.0%를 차지했다.
이 비중은 작년 같은 기간 16.1%보다 1.1%포인트 낮아진 수치이자,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1년 이후 역대 최저치다.

◇ 국산화 진전에 생산능력도 확충…"꾸준히 추진해야"
수출규제 3대 품목은 국내 생산시설을 빠르게 확충하면서 수급 여건을 안정적으로 유지 중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불화수소와 관련해 솔브레인은 12N급 고순도 불산액 생산시설을 2배 확대해 생산을 개시했고, SK머티리얼즈[036490]는 5N급 고순도 불화수소가스 제품 양산에 성공했다.
포토레지스트는 유럽산으로 수입처를 다변화했으며 미국 듀폰과 일본 TOK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동진쎄미켐은 올해 3월 불화아르곤 포토레지스트 국산화에 성공했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양산설비를 구축해 중국에 수출 중이다. SKC[011790]는 자체 기술을 확보해 생산 투입 테스트를 하고 있고, 일부 수요기업은 휴대전화에 대체 소재인 UTG(Ultra Thin Glass)를 채택했다.
안보적 중요성과 산업 파급효과가 큰 100대 핵심품목에 대한 집중관리도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
수입처를 유럽연합(EU), 미국 등으로 다변화하는 한편 품목별로 평균적인 재고 수준을 기존 대비 2배 이상으로 확충했다.
효성[004800](탄소섬유 생산설비 증설), SKC(블랭크 마스크 공장 신설) 등 23개 기업은 국내에 새롭게 생산시설을 구축했다. SK실트론의 듀폰 실리콘 웨이퍼 사업부 인수, KCC[002380]의 실리콘 소재기업 MPM 인수 등도 진행됐다.
100대 핵심품목을 포함한 338개 이상의 세계 핵심품목과 관련해선 7천여개 사에 대한 상시 수급동향 모니터링을 통해 지난 5월까지 수급 문제 1천205건(99%)을 해소했다.
아울러 2019년부터 소부장 분야에 대한 추경 연구개발(R&D) 사업에 나선 지 1년 반 만에 매출 2천151억원, 투자 3천826억원 등 약 6천억원 규모의 경제 효과가 발생했다. 고용 385명, 특허출원 271건의 효과도 있었다.
이외에도 100대 소부장 핵심전략기술 5건을 포함한 7건의 해외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해 첨단 소부장 기술을 확보했다. 소부장 유턴 기업 수는 2017년 2개에 불과했으나 2019년 14개, 2020년 18개로 크게 늘었다.
이처럼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2년여간 많은 성과를 거뒀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부가가치 첨단소재 분야에서 일본의 영향력이 아직 큰데다 장비 분야에서 국산화율이 낮은 탓이다. 반도체 장비는 해외 의존도가 80%에 이른다.
결국 근본적인 소부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더 많은 투자와 시간이 필요하고, 이를 위한 정부와 기업의 노력이 꾸준히 이뤄져야 하는 셈이다.
김양팽 전문연구원은 "지난 2년간 우리 산업의 피해가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일본의 수출규제는 사실상 목적 달성에 실패했다고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김 연구원은 "공급망 안정화 측면에서 일본과의 협업을 무조건 배제하긴 어렵지만, 앞으로도 수입처 다변화와 국산화를 꾸준히 추진해 추후 일본과 협상할 때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bryo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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