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티요·후지모리 지지자들 거리 시위 이어져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페루 대통령 선거 후 3주가 지나도록 당선자가 가려지지 않은 안갯속 상황이 이어지면서 양쪽으로 갈라진 민심도 쉽게 봉합되지 않고 있다.
지난 26일(현지시간) 페루 수도 리마 도심엔 대선 후보 페드로 카스티요(51)와 게이코 후지모리(46) 지지자들이 쏟아져 나와 각각 시위를 벌였다.
지난 6일 대선 결선이 치러진 후 주말마다 이어진 시위다.
이번 대선에선 초등교사 출신의 좌파 후보 카스티요가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페루 대통령의 딸 게이코 후지모리에 불과 4만4천여 표 차이로 승리했지만, 아직 공식 당선인은 발표되지 않았다.
후지모리 후보가 선거 사기 의혹을 제기하며 국가선거심판원(JNE)에 총 20만 표가량의 무효화를 요청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불확실한 상황이 계속되자 양쪽 지지자들도 화가 났다.
카스티요 지지자들은 후지모리의 대선 불복이 일종의 '쿠데타'라고 주장하며 반발하고 있다고 EFE통신은 전했다. 지지자들은 선거 당국을 향해 조속히 당선자를 확정해 발표하라고 촉구했다.
반면 후지모리의 지지자들은 후지모리 측의 '선거 사기' 주장에 동조하면서, 카스티요를 공산주의자로 지칭하며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념과 출신 배경 등 여러 면에서 '극과 극' 후보의 대결이었던 이번 대선 결선은 역대 가장 극단적으로 분열된 선거로 꼽혔는데, 선거가 끝난 후에도 대립 양상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26일 시위엔 두 후보도 각각 모습을 드러냈다.
카스티요는 리마 산마르틴 광장에 모인 지지자들을 향해 "싸움은 끝났다. 선출된 정부가 여기 있다"며 국민의 통합을 촉구했다.
그는 이미 트위터 프로필을 '대통령 당선인'으로 바꾸고 새 정부의 주요 정책 방향을 공개하는 등 당선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같은 날 후지모리는 "절대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가 원하는 건 모든 의혹이 소명되는 것뿐"이라고 불복 의지를 강조했다.
부패 혐의로 기소된 상태인 '대선 3수생' 후지모리는 미주기구(OAS)에 선거 부정 의혹 재조사를 요청해 달라며 프란시스코 사가스티 대통령에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OAS는 앞서 선거 과정에서 의심스러운 정황이 없었다는 견해를 밝혔으며, 미국과 유럽연합(EU) 등도 선거가 공정했다고 평가한 바 있다.
한편 지난주 4명의 심판관 중 1명이 사퇴하면서 업무를 잠시 중단했던 국가선거심판원은 새 심판관 임명과 함께 28일 후지모리 측의 이의 제기에 대한 검토를 재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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