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염과 분노' 작가 마이클 울프 신작
1월 6일 의회폭동 당시 백악관 상황 폭로
(서울=연합뉴스) 김경희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지지자들의 의회난입 사태를 사실상 선동해 놓고도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했고, 참모들의 조언을 받은 뒤에는 이들을 곧바로 버렸다는 폭로가 나왔다.
뉴욕 매거진은 28일(현지시간) 베스트셀러 '화염과 분노'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백악관의 실상을 공개한 작가 마이클 울프의 신간 '산사태(Landslide)' 발췌본을 보도했다.
이 책은 1월 6일 의회폭동 사태를 전후한 백악관 주변의 혼란상을 적나라하게 묘사했다.
당일 워싱턴DC 연방 의사당에서는 작년 11월 대선에서 승리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당선을 확정하는 연방 상·하원 합동회의가 열렸다.
퇴임 후 트럼프를 직접 인터뷰하기도 한 울프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시 워싱턴DC 백악관 남쪽 엘립스 공원에서 지지자 수만명을 모아놓고 대선 불복을 외치며 의회 난입을 사실상 부추긴 뒤 비서실장 마크 메도스의 저지를 받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연설에 "우리는 행진할 것이다. 나는 여러분과 함께할 것"이라는 문구를 즉석에서 끼워 넣었고, 당시 현장에 있던 한 정보 요원이 이를 메도스에게 전하며 우려를 표명했다.
메도스는 대통령의 의회 행진은 없을 것이라고 부인한 뒤 트럼프에게 "당신이 의회로 행진하겠다고 말했다. 우리는 시위를 조직할 수 없다"고 만류했고, 트럼프는 이에 당황한 기색을 보이며 "글자 그대로를 의미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후 지지자들이 의회로 몰리며 상황은 심상치 않게 돌아갔지만, 정작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연직 상원 의장으로서 합동회의를 주재한 마이크 펜스 당시 부통령이 대선 결과를 뒤집지 않은 것에 화살을 집중했다. 이를 비난하는 트윗은 결과적으로 폭도들에게 기름을 붓는 꼴이 됐다.
'경찰과 사법당국을 지지해 달라'는 트윗은 트럼프가 아닌 댄 스카비노 당시 백악관 소셜미디어국장이 작성했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백악관의 누구도 초유의 의회난입 폭거로 이어질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고, 선임보좌관으로 활동한 트럼프의 장녀 이방카는 사안을 단순한 '여론몰이용' 정도로 취급했다고 울프는 전했다.
이어 오후 3시를 넘겨서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의회에 몰려든 폭도들을 '우리 편이 아니다'라고 규정했고, 완전히 등을 돌렸다고 한다.
책에 따르면 혼란에 빠진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지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그는 선임고문 제이슨 밀러와 통화에서 "끔찍하다. 정말 나쁜 상황이다. 이 사람들은 누구냐. 그들은 내 사람이 아니다. 이 멍청이들의 생김새를 봐라. 그들은 민주당 지지자들 같다"며 표변한 마음을 그대로 표현했다.
메도스에게는 "우리는 사람들에게 이런 일을 하라고 한 적이 없다. 우리는 사람들에게 평화를 유지할 것을 당부했다. 나는 심지어 연설에서 '평화롭게'와 '애국적으로'를 외쳤다"고 주장했다.
kyung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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