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왕실지지자들 SNS 감시활동…인권단체 "폭력 위험에 노출"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태국 왕실 지지자들이 왕실 개혁을 주장하는 이들의 개인 정보를 담은 구글 지도 문서를 작성해 유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 측은 자사 방침에 어긋난다며 이를 삭제했다.
29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전직 군인으로 왕당파로 잘 알려진 송끌롯 추언추폰은 자신과 80명 자원봉사자가 왕실을 모독한 이들의 이름과 주소가 적힌 구글 마이맵스 문서 2장을 만들었다면서, 경찰에 이들을 신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송끌롯은 통신에 "소셜미디어에서 왕실을 모욕하는 내용을 발견하면 구글 지도에 표시한다"면서 이는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왕실을 비판하지 못하게 하려는 '심리전'이라고 주장했다.
통신은 구글 마이맵스 문서 중 하나에는 대학교 또는 고교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대부분인 약 500명 가까운 이들의 사진 및 이름과 주소가 포함돼 있었다고 전했다.
이들의 얼굴 주위로는 검은 사각형이 그려져 있고, 그 아래에는 왕실모독죄를 뜻하는 112라는 숫자가 적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왕실모독죄를 규정한 형법 112조는 왕과 왕비, 왕세자 등 왕실 구성원은 물론 왕가의 업적을 모독하거나 왕가에 대한 부정적 묘사 등을 하는 경우 최고 징역 15년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구글 측은 통신에 보낸 이메일에서 "사용자들이 생산하는 '마이 맵'과 관련해서 어떤 수준이 수용되는지에 대한 명확한 정책이 있다"면서 "이 정책을 위반하는 사용자 생성 구글 맵은 삭제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전날 밤부터 이 구글 지도는 더는 볼 수 없다고 통신은 전했다.
송끌롯은 구글의 삭제 조치에도 불구하고 이번 활동을 '엄청난 성공'이라고 자평했다.
태국에서는 왕실 지지자들이 평소 페이스북 등 SNS 게시물을 검색하면서 왕실에 대한 부적절한 내용을 적발하고, 이를 작성한 이들의 신상을 공개하는 경우가 잦다.
신상이 공개된 이들은 직장에서 쫓겨나는 경우도 있다.
이와 관련, 인권단체나 왕실개혁론자들은 수백 명의 개인 정보나 주소 등이 포함된 이런 지도를 작성하는 것은 그들을 폭력의 위험에 드러내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스코틀랜드 거주하면서 군주제를 비판해 온 앤드루 맥그레거 마셜은 통신에 "왕실 지지자들이 군주제 반대론자라고 비난하며 구글 지도상에서 신상을 털고 있다는 태국 젊은이들의 메시지를 받고 당혹스러웠다"면서 "민주주의를 원하는 태국 젊은이들이 더 큰 위험에 부딪히고 있다는 점이 명확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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