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빈의 플랫폼S] 잘나가는 중국 테크의 그림자 '공산당 리스크'

입력 2021-06-30 07:05  

[이광빈의 플랫폼S] 잘나가는 중국 테크의 그림자 '공산당 리스크'
마윈의 당국 비판으로 호된 시련 겪는 알리바바…기업들 바짝 엎드리기
중국 기업에 대한 당국 관여 커지자 미국, 관련 기업 견제 노골화

[※ 편집자주: 지속가능한(sustainable) 사회를 위한 이야기들을 담아낸 플랫폼S입니다. 테크의 역할과 녹색 정치, 기후변화 대응, 이 과정에서의 갈등 조정 능력 등에 대한 국내외 이야기로 찾아갑니다. 네 번째 이야기.]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 중국 '테크 굴기'의 기세가 다소 주춤해진 분위기다. 성장세는 여전히 무섭지만, 시장 외부 환경에서 기업들이 난관에 부딪히고 있다. '공산당 리스크'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중국 테크 기업들은 광대한 내수 시장과 외국 기업에 대한 높은 비관세장벽 등을 발판으로 글로벌 시장으로 도약해왔다. 그런데 중국 공산당이 테크 기업 통제를 강화하면서 돌아가는 상황이 심상치 않다.
더구나 미국은 이를 빌미로 삼아 IT 분야에서 중국 견제를 노골화하고 있다. 중국 당국의 입김이 미친 테크 기업의 제품을 정보 보안 차원에서 믿어선 안 된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2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가 인용한 미국 금융정보 업체 딜로직의 데이터에 따르면 전 세계 주식거래소에서 올해 2분기 중국 테크 기업의 공모가 전분기보다 3분의 2 감소해 60억 달러(약6조7천800억원)를 조달하는 데 그쳤다.
중국의 모든 기업공개(IPO)에서 테크 기업 비중은 2년 동안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전체 280억 달러(31조6천400억원)에서 21% 정도에 그친 것이다.
테크 기업에 대한 중국 당국의 압력이 커지는 가운데 공모가 줄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공모 가치도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차량호출 서비스 업체로 중국판 우버로 불리는 디디추싱은 미국 뉴욕 증시에서 IPO를 할 계획이다.
로이터 통신은 26일 디디추싱이 IPO에서 624억∼672억 달러(70조5천400억원∼75조9천600억원)의 가치를 평가받을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 3월 전망치 1천억 달러(113조500억원)에 비해 한참 떨어졌다.
디디추싱이 중국 당국에 반독점 혐의로 조사를 받는 것이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가 집중 표적이 된 모양새인 것은 이미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은 지난 2015년 9월 "중국인의 소비는 정부가 아니라 기업가 정신, 시장이 주도하고 있다"면서 "지난 20년간 정부는 매우 강했지만, 지금 약해지고 있다. 이는 우리의 기회다"라고 말한 뒤 중국 당국에 미운털이 박히기 시작했다.
마윈은 지난해 10월 공개행사에서는 당국의 규제가 '낡았다'고 정면 비판했다.
중국 당국의 반응은 매서웠다. 다음 달 알리바바의 핀테크 자회사 앤트그룹이 상하이와 홍콩 증시에 동시 상장하기로 한 계획이 석연치 않게 연기됐다.
더구나 중국 시장 규제당국은 지난 4월 알리바바가 자사 플랫폼의 업체들을 경쟁 업체에 입점하지 못하도록 했다는 이유로 182억2천800만 위안(3조1천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알리바바의 시련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알리바바 계열사 타오바오는 중국의 3대 전기차 스타트업 중 하나인 샤오펑의 이사 선임권을 의결권 조정을 통해 이례적으로 내려놓았다.
알리바바에 이어 중국 당국의 두 번째 공식 반독점 조사 대상 기업이 된 메이퇀은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왕싱이 시진핑 국가 주석과 공산당을 비판한 것으로 해석되는 한시를 소셜미디어에 올린 뒤 주가가 폭락했다.
인터넷 기업 텐센트는 지난 2018년 중국 정부가 '게임 판호(版號·서비스 허가)' 발급을 잠정 중단하는 바람에 타격을 입었다.



중국 당국은 최근 몇 년간 꾸준히 테크 기업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온라인 경제 활동에 적용하는 내용을 추가해 반독점법을 개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독점 지위를 결정하는 기준으로 시장 점유율뿐만 아니라 이용자 데이터 확보 규모까지 포함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 당국의 규제 범위가 넓어지는 셈이다.
당국의 정책에 따라 정관에 공산당의 경영 개입을 명문화하는 내용을 집어넣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기업 내 공산당 조직이 설립되는 현상도 확산하는 추세다.
중국은 2017년 정보기관들의 정보수집권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국가정보법을 시행하기도 했다. 개인과 기업에 대한 정보 감시 범위를 넓히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미국은 이를 근거로 중국 화웨이의 통신 장비가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며 우방국을 대상으로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말 것을 종용해왔다.
나아가 미국은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중국의 테크 기업들을 견제하기 위해 법적 규제뿐만 아니라 예산 지원까지 나섰다.



미국 상원은 지난 8일 반도체 등 중국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중점 기술 분야에 2천500억달러(약 282조5천억원)를 지원하는 '미국 혁신 경쟁법'을 통과시켰다.
더구나 바이든 대통령은 이달 초 방위 산업이나 감시 기술 분야와 관련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59개 중국 기업에는 미국 기업과 개인이 투자를 못하도록 이들 기업의 상장 주식 매매를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다.
직접 된서리를 맞거나 다른 기업의 시련을 노심초사 지켜본 중국 테크 기업은 당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바짝 엎드리는 분위기다.
알리바바 경영진은 2018년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은 마윈이 회사와 관계없다는 메시지를 계속 내보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24일 '텐센트는 중국의 테크 격랑을 조용히 헤쳐나간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텐센트의 창업자이자 CEO인 마화텅의 낮은 자세와 정부와의 밀접한 관계가 텐센트에 유리한 요소일 것으로 평가했다.
텐센트도 알리바바와 마찬가지로 반독점 조사를 받았고, 마화텅이 지난 3월 당국에 불려가 면담을 하고 나왔다는 보도도 나왔다.
lkbi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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