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중간선거 분쟁 가열 가능성 경고
(서울=연합뉴스) 김경희 기자 =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후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사기'를 주장하며 민주주의 핵심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28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과 가디언 등에 따르면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20년 대선 이후 처음으로 '전미 민주 선거구 재획정 위원회' 후원금 모금을 위한 가상 연설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오늘날 우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투표를 통해 승자를 가르는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하고, 헛소리와 날조로 일관하는 모습을 목도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터무니없는 거짓말'로 치부돼 온 이 주장이 공화당의 선거법 개정으로 탄력을 받고 있다"며 조지아와 애리조나, 플로리다 등 일부 보수 성향 주에서 이뤄지고 있는 선거권 제한 입법을 직격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 같은 움직임을 지금 멈추지 않는다면, 선거를 둘러싼 분쟁이 가열하고 민주주의가 심대하게 훼손되는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며 "이 거대한 민주주의라는 실험을 받치고 있는 근본 합의의 훼손이 도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가디언은 실제 부재자 투표 등을 제한한 이들 일부 주가 내년 미국 중간선거에서 '전장'이 될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 같은 민주주의의 붕괴를 방지하기 위해 오바마 전 대통령은 민주당이 추진 중인 투표권 확대법 '국민을 위한 법'의 상원 통과를 촉구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역점 사업의 하나인 투표권 확대는 정확히 상원의 절반을 점한 공화당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로 사실상 좌초 상태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에 대한 맞불 차원에서 지난 25일 투표권을 제한하는 조지아주의 새 선거법에 소송을 제기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 사기' 주장을 놓고는 공화당 내에서도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미 시사지 애틀랜틱은 ABC방송의 정치부 선임기자 조너선 칼이 출간 예정인 저서를 인용, 트럼프 정부에서 법무장관을 지낸 윌리엄 바가 대선 사기 주장을 '헛소리(bullshit)'라고 일축했다고 보도했다.
공화당 밋 롬니 상원의원도 트럼프의 주장을 TV 레슬링에 비유, "재미있지만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kyung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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