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 생각하면 축하 부적절" 여론에 기념행사 대폭 축소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원주민 아동들의 유해가 집단으로 발견된 캐나다에서 올해 건국 기념일 행사가 대폭 축소되는 분위기다.
뉴욕타임스(NYT)는 29일(현지시간) 올해 7월 1일 '캐나다의 날' 기념행사를 취소하라는 여론이 확산하면서 정부와 지자체도 성대한 기념행사를 자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건국 기념일 행사를 취소하자는 주장은 캐나다 원주민 기숙학교가 운영됐던 부지에서 최근 1천 구에 달하는 어린이 유해가 발견된 이후 제기됐다.
캐나다 원주민 기숙학교는 19세기 후반부터 1990년대까지 100여 년간 정부와 가톨릭교회 주도로 운영됐다. 전국적으로 139곳에 달했고, 강제 수용된 원주민 아동은 15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서스캐처원 원주민 추장인 바비 캐머런은 "목숨을 잃은 어린이들을 생각하면 올해 캐나다의 날을 기념하는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며 "캐나다 정부의 손에 희생된 어린이들을 생각해보자"고 촉구했다.
강제로 기숙학교에 입소한 뒤 백인 사회에 동화되기 위한 교육을 받으면서 학대당한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올해 기념일만큼은 건너뛰자는 취지다.
여론도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공감하는 분위기다.
일부 지자체들은 올해 건국의 날 기념식을 취소했다.
수도 오타와는 기념식 자체는 예정대로 진행하지만, 예년보다 규모를 대폭 축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 관련 업무를 관장하는 스티븐 길보 캐나다 유산부 장관은 "많은 국민이 올해 건국 기념일을 축하할 분위기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원주민 아동의 유해가 발견된 뒤 "부끄러운 역사"라며 공식 사과했다.
다만 건국 기념일을 취소하거나 대폭 축소하는 데 대한 반발도 없지 않은 상황이다.
에린 오툴 보수당 대표는 희생자에 대한 추모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과거의 아픔을 국가를 위해 승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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