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6개 기업 대상 실태조사…"근로자 안전 관련 의무규정 확대해야"
(서울=연합뉴스) 권희원 기자 = 국내 기업 10곳 중 7곳은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의 산업재해 예방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국내 기업 486개 사를 대상으로 전부개정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에 대한 평가와 개선과제를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30일 밝혔다.
2018년 태안 화력발전소의 하청 노동자 고(故) 김용균 씨의 사망사고를 계기로 전면 개정돼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된 산안법은 하청 노동자의 산업재해에 대한 원청 사업주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경총에 따르면 현행 산안법의 산재 예방 효과에 대해 조사 기업의 71.9%가 '영향이 없거나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 이유로는 사업주에 대한 규제와 처벌 수위만 대폭 강화됐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가장 시급하게 개정해야 할 규정으로는 32.3%가 원청의 안전관리 책임 범위 확대와 원·하청 통합 재해율 공표 제도를 꼽았다.
중대재해 발생 시 고용부 장관이 작업중지 명령을 할 수 있다는 규정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28.1%를 차지했다.
산재를 줄이기 위해 근로자의 의무 규정을 확대하고 처벌을 강화해야 할지를 묻는 질문에는 절반 이상인 55.5%가 이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응답했다.
사업주의 관리·감독만으로는 근로자 안전수칙 위반으로 인한 사고 예방이 어렵기 때문에 근로자의 안전의식 제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산안법의 개편 방안에 대해서는 원·하청 간 안전관리 역할과 책임 구분을 명확히 하고, 근로자가 준수해야 할 안전 수칙에 대한 상세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서류작성·보고 절차 등 행정규제 완화, 현장 적합성을 고려한 안전보건 규정 정비, 업종·기업 규모를 고려한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산업안전보건청 설립에 대해서는 43.8%가 반대, 27.1%가 찬성 의견을 밝혔다. 29.1%는 '모르겠다'는 반응이었다.
경총은 산업안전보건청이 전문성을 확보해 산재 예방을 지원하는 전담 기구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현재와 같은 처벌 위주 정책 기조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산업안전보건청 설립시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사항으로는 '처벌보다 예방 중심의 감독정책 수립'이라는 응답이 48.8%로 가장 많았다.
업종·규모·재해유형별 맞춤식 감독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기업의 자율적 재해 예방능력 제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은 각각 22.3%씩을 차지했다.
이동근 경총 부회장은 "사업주의 책임만을 대폭 강화한 전부개정 산안법은 산업재해 예방에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며 "안전 규정이 철저히 준수되는 기업문화가 조성되려면 안전에 대한 근로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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