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흡연자 주로 선호…인종차별 문제도 제기
(서울=연합뉴스) 강훈상 기자 = 미국 수도 워싱턴DC 의회가 멘솔(박하향)을 포함한 가향 담배의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29일(현지시간) 가결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워싱턴DC 의회는 이날 긴 찬반 토론 끝에 8대 5로 이 판매 금지법안을 통과했다.
이에 따라 이 지역에서는 사탕, 과일향 등이 첨가된 담배류(전자담배 포함)와 멘솔 필터담배도 판매할 수 없게 됐다.
의회에서 격론이 벌어진 사안은 멘솔 담배의 판매 금지 여부였다.
애초 이 금지 법안은 가향 담배 탓에 청소년 흡연율이 높아진다는 우려에서 발의됐고, 초안에는 멘솔 담배가 포함되지 않았다가 적용 범위가 넓어졌다.
이를 두고 미국에서 흡연하는 흑인의 85% 정도가 멘솔을 선호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 정책은 흑인의 담배 선택권을 제한하게 돼 인종 차별이라는 비판에 부딪혔다.
멘솔 담배 판매를 금지하면 이를 선호하는 흑인, 특히 청소년층이 암시장을 찾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또 멘솔 담배를 단속한다는 이유로 경찰이 담배를 피우는 흑인에게 접근해 불법 체포나 폭력 행사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도 판매 금지를 반대하는 논리다.
이날 통과된 법안은 이런 우려를 고려해 경찰관이 흡연자를 직접 단속할 수는 없도록 하는 단서 조항이 추가됐다.
가향 담배 판매를 적발하는 권한은 워싱턴DC의 소비자 보호국에 부여됐다.
매사추세츠주와 일부 도시는 현재 멘솔 담배 판매를 금지한다.
과거 오바마·트럼프 행정부 시절에도 멘솔 담배에 대한 규제를 몇 차례 시도했지만, 담배회사의 로비와 의회의 조직적 반대에 부딪혀 번번이 좌절됐다.
조 바이든 정부는 국민의 건강과 보건에 대한 사회적 비용을 감축하겠다면서 미국 정부의 '숙원'이었던 멘솔 담배 금지를 강하게 추진중이다.
미 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멘솔 담배를 금지하면 최근 40년간 발생한 담배와 연관이 있는 사망 63만건을 막을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가운데 3분의 1 이상이 흑인이었다.
한편 워싱턴DC 의회는 29일 공직에 출마하는 후보가 선거 운동 기간 중 자신의 아이를 돌보는 비용을 선거 비용으로 인정해 육아 부담 때문에 공무 담임권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는 법안도 가결했다.
hska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