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수도"…원인 규명에 시간 걸릴듯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발생한 아파트 붕괴 사고 현장에서 실종자 구조 작업이 계속되는 가운데 사고 원인을 놓고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州) 마이애미데이드카운티의 12층 짜리 아파트 챔플레인 타워 사우스가 붕괴하면서 29일 현재 사망자가 12명, 실종자가 149명으로 각각 파악됐다.
영국 BBC 방송은 29일 전문가들의 의견을 토대로 사고를 초래했을 수 있는 원인으로 콘크리트 파손, 지반 침하, 주변 공사를 거론하고 여러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 당국은 사고 현장에 전문가들은 급파해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지만 결론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플로리다국제대학교의 한 전문가는 기술자들이 건물 설계, 건축 방법 등을 조사하고 강철, 콘크리트의 표본을 채취하는 등 여러가지 작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콘크리트 파손이 재앙 불렀나…"해안가 건물들 균열에 취약"
이번 사고와 관련해 가장 많이 거론되는 원인은 콘크리트 파손이다.
이 아파트는 건설된지 40년이 된 노후 건물이고 사고 당시 현장을 촬영한 감시카메라를 보면 건물이 남쪽 중앙 부분부터 무너졌다.
플로리다에서 건물을 수천채 검사한 전문가 그레그 바티스타는 BBC와 인터뷰에서 아파트 붕괴와 관련해 "해안가에 세워진 건물들은 균열에 취약하다"며 콘크리트 파손 개연성을 언급했다.
그는 "콘크리트 내부의 철근은 기본적으로 녹슬게 되고 최대 7배 부피가 팽창한다"며 "철근을 둘러싼 콘크리트가 파손되면 건물 구조가 크게 약해진다"고 말했다.
해변에서 발생하는 바닷물 방울이나 입자가 오랜 시간 아파트에 스며들어 건물 구조를 약화시켰다는 주장이다.
붕괴 아파트의 콘크리트에 문제가 있었음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지난 26일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의 보도에 따르면 구조공학 기업인 '모라비토 컨설턴츠'는 2018년 보고서에서 이 아파트의 수영장 상판 아래 방수제에 하자가 있고 그 밑 콘크리트에 중대한 구조적 손상이 생겼다며 교체 필요성을 제기했다.
최근 아파트의 콘크리트 파손이 심각했다는 목격자 증언도 나왔다.
익명의 수영장 건설업자는 지역 신문에 건물 붕괴 36시간 전 수영장 보수를 위해 이 아파트를 방문했다가 주차장에 들어찬 물과 금 간 콘크리트, 콘크리트 보강용 강철봉 부식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 지반 침하로 아파트 구조 약해졌나
일각에서는 지반 침하가 아파트 붕괴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추측을 내놓는다.
플로리다국제대학교 지구환경대학 연구팀은 지난해 발표한 연구 결과에서 이 아파트가 1990년대부터 연간 2㎜씩 침하했다며 통상적으로 건물이 이 정도 속도로 가라앉으면 구조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서히 진행된 지반 침하가 건물에 균열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학의 시몬 브도빈스키 교수는 붕괴 아파트가 눈에 띄게 지반이 침하된 건물 중 하나였다며 "구조물이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졌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 건물이 수십년 동안 가라앉았다는 점을 알고 있지만 그것만이 붕괴를 설명하는 것은 아니다"고 신중함을 드러냈다.
◇ 주변 고층건물 공사가 지반 이동 초래했을 수도
BBC는 신축 공사가 사고에 영향을 줬을 개연성도 거론했다.
일부 사람들은 사고 아파트와 가까운 18층짜리 건물의 진동이 지반 이동을 초래했을지 모른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붕괴 아파트에 살던 주민들은 2019년 주변 건물의 공사로 흔들림을 느꼈다며 우려했지만 상황을 좀 더 지켜보라는 말을 들었다고 BBC가 전했다.
사고 아파트는 1981년 습지를 개간한 땅에 지어졌고 주변의 다른 고층 건물들도 콘크리트와 철제 기둥으로 세워졌다.
이번 사고의 여파로 주민들의 걱정이 커지면서 주변 건물들에 대한 안전검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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