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권혁태 교수 "주위에서 잘못된 정보로 현혹"
"약물 치료는 시력이 안 좋은 사람이 '안경' 쓰는 것과 같은 것"
"하루 30분 이상 빨리 걷기 등 운동하고 생활습관 교정해야"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이후 병원을 찾는 발길이 뜸해지면서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 환자의 건강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만성질환자들은 당장 하루 이틀 약을 먹지 않는다고 해서 눈에 띄게 상태가 나빠지진 않지만 약물 복용을 중단한 채로 흡연과 폭식, 과음 등 좋지 않은 생활습관을 버리지 못하면 증세가 악화해 합병증 등이 발병할 위험이 커진다.
의료계에서는 만성질환자는 건강관리를 위해 약물 치료에 충실하면서 생활습관 교정과 같은 '기본 중의 기본'에 충실한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조언한다.
3일 권혁태 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건강증진센터장)는 "고혈압이나 당뇨병 환자들은 건강관리를 위해 특별한 걸 해야 하는 게 아니"라며 "임의로 약물 복용을 중단하지 말고, 골고루 식사하면서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등의 생활습관 교정을 병행하는 게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대한고혈압학회에 따르면 국내 20세 이상 성인 고혈압 환자는 1천2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한 달에 20일 이상 약물을 꾸준히 챙겨 먹는 환자는 63%에 불과할 정도로 약물 치료를 꺼리는 편이다.
실제 권 교수가 진료실에서 만성질환자로부터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역시 '약을 끊어도 되느냐'다. 그는 현재 서울대병원 건강증진센터에서 건강증진, 생활습관 관리, 암을 경험했던 환자의 건강 관리 등을 담당하고 있다.
권 교수는 "약을 그만 먹고 싶다는 환자 대부분은 약물을 복용하면서 생활습관 등을 교정했기 때문에 혈압과 혈당이 조절되는 사례"라며 "이때 약을 중단하면 대개는 다시 조절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약을 먹는 건 눈이 안 좋은 사람이 안경을 쓰는 것과 같다"며 "평생 안경을 쓰듯이 약을 먹으면서 관리한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강관리에서 손쉬운 방법은 없으므로 무의미한 정보에 현혹되지 말라고도 당부했다.
권 교수는 "저는 환자들에게 귀를 닫아야 한다고 꼭 말씀드린다"며 "아프다고 하면 주변에서 몸에 좋다는 갖가지 것들을 권하는데 가급적 주치의와 상의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일부 환자들은 주위의 말만 믿고 나무에서 나오는 물이나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약초 등을 먹고 상태가 안 좋아져 병원을 찾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한다.
권 교수는 "의학 기술의 발달로 만성질환자를 포함해 모두의 수명이 크게 늘었다"며 "약물 치료를 소홀히 하고 생활습관을 고치지 않으면 질병과 함께 고생하면서 사는 기간만 길어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가급적 하루에 빨리 걷기 30분 정도의 운동을 주 5회 하는 게 가장 좋지만, 그럴 수 없다면 일상에서 신체활동을 조금이라도 늘리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했다.
권 교수 역시 평소에 되도록 계단을 이용하고, 시간이 날 때마다 빨리 걷거나 달리는 등 신체활동을 실천하고 있다.
권 교수는 "매일 아침 생수를 사러 나가거나, 편의점을 방문할 때는 집 바로 앞이 아닌 좀 더 먼 거리에 있는 곳으로 가는 등 사소한 일에서부터 신체활동을 늘려야 한다"며 "지하철로 출퇴근한다면 일부러 집에서 먼 쪽 출구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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