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방송 '국민과의 대화'서…지난 3·4월 두 차례 접종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자국이 자체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V'를 접종받았다고 처음으로 공개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주요 TV 채널을 통해 생중계된 연례 '국민과의 대화'에서 자신이 접종받은 백신 종류와 관련해 이같이 밝혔다.
푸틴은 "내가 접종받았을 때는 '에피박코로나' 백신과 '스푸트니크 V' 백신 등 2종류가 시중에 공급돼 있었다"며 "둘 다 좋은 백신이지만 나는 가능한 한 오래 보호받을 수 있는 백신을 맞으려 했고 그래서 스푸트니크 V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푸틴은 스푸트니크 V 백신의 효능이 에피박코로나 백신보다 좀 더 오래 지속되는 것으로 전문가들한테서 들었다고 소개했다.
스푸트니크 V 백신은 러시아 정부가 지난해 8월 세계 최초로 개발해 승인한 코로나19 백신이다.
러시아 보건부 산하의 가말레야 국립 전염병·미생물학 센터가 개발하고, 현지 국부펀드인 러시아직접투자펀드(RDIF), 국방부 등이 지원했다.
스푸트니크 V는 통상적인 백신 개발 절차와 달리 3단계 임상시험(3상) 전에 1·2상 결과만으로 승인을 받아 한때 효능과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그러다가 지난 2월 초 세계적인 의학 학술지 '랜싯'에 이 백신의 예방 효과가 91.6%에 달한다는 3상 결과가 실리면서 평가가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현재 러시아를 포함한 60여 개국이 이 백신의 사용을 승인했으며,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럽의약품청(EMA)도 승인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에피박코로나는 러시아 보건·위생·검역 당국인 '소비자 권리보호·복지 감독청'(로스포트레브나드조르) 산하 국립 바이러스·생명공학 연구센터 '벡토르'(시베리아 노보시비르스크 소재)가 개발한 백신이다.
러시아 보건부는 지난해 10월 에피박코로나 백신을 승인한 바 있다.
스푸트니크 V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를 체내로 운반하는 벡터(전달체)를 이용하는 전달체 백신인 데 비해, 에피박코로나는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단백질 일부인 항원을 합성해 제조하는 합성 항원 백신이다.
푸틴 대통령은 앞서 지난 3월과 4월에 각각 코로나19 백신 1차 및 2차 접종을 받았다고 밝혔으나 어떤 백신을 맞았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이 접종받는 모습도 공개되지 않았다.
이에 주민들 사이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실제로 백신 접종을 받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그동안 접종받은 백신 종류를 밝히지 않은 이유에 대해 특정 백신에 이익을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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