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례 '국민과의 대화'서…최근 크림인근 러-영 군함 대치 사건 관련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최근 크림반도 인근 흑해 해역에서 일어난 러시아와 영국 군함의 대치 사건과 관련해 러시아 군함이 영국 구축함을 격침했더라도 제3차 세계대전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주요 TV 채널을 통해 생중계된 연례 '국민과의 대화'에서 러-영 군함 대치 사건으로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위기가 발생했다는 사회자의 질문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푸틴은 "러시아 군함들이 영국 구축함 '디펜더'를 침몰시켰더라도 3차 세계대전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이 일을 하는 사람들(영국인들)은 이 상황에서 승리자가 될 수 없음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영국 군함을 격침했더라도 러시아의 군사력 수준을 이해하는 영국이 확전을 우려해 대응 공격을 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에 양국 간의 무력 충돌이 세계대전으로 확전하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란 주장이었다.
지난 23일 러시아 국방부는 영국 해군의 미사일 구축함 'HMS 디펜더'가 크림반도 세바스토폴 인근의 러시아 해역을 3㎞ 정도 침범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러시아 흑해함대와 국경수비대가 디펜더에 경고사격을 하고, 수호이(Su)-24M 전폭기가 구축함 진행 방향 항로에 폭탄 4발을 투하해 러시아 해역에서 디펜더를 몰아냈다고 설명했다.
세바스토폴은 2014년 3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로부터 병합한 크림반도의 항구 도시다.
유럽연합(EU)과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을 인정하지 않고, 크림반도를 여전히 우크라이나의 영토로 간주하고 있다.
영국 국방부는 사건 후 트위터를 통해 "디펜더를 향한 (러시아 측의) 경고사격은 없었다"면서 "영국 해군 함정은 국제법을 준수하며 우크라이나 영해를 무해통항(Innocent passage) 중이었다"고 주장했다.
무해통항은 외국 선박이 다른 나라의 안전, 평화, 이익 등을 해하지 않는 한 그 나라의 영해를 자유롭게 항행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푸틴은 이날 이 사건을 서방측의 도발이라고 규정하고 이 사건에는 영국뿐 아니라 미국도 참여했다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이날 서방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영토를 군사적으로 점령해 가고 있는 것이 우려를 불러일으킨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가 앞서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의 자국 영토에서 진행하던 군사훈련을 서방측의 우려를 고려해 조기에 종결하고 군대를 철수했지만, 서방은 크림의 러시아 국경 인근에서 군사훈련을 하며 도발 행동을 계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권 국가들은 지난 28일부터 7월 10일까지 흑해에서 우크라이나 등 32개국의 병력 5천 명과 함정 32척, 항공기 40대가 참여하는 '시 브리즈'(Sea Breeze 21) 훈련을 실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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