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이 성평등 증진을 위해 5년간 21억 달러(약 2조3천700억 원)를 투입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성평등은 최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와 이혼하기로 한 멀린다 프렌치 게이츠가 역점 추진해온 현안이다. 재단 전체로 봐도 소아마비 퇴치, 백신 개발과 함께 최우선 순위에 있다.
이번에 공개한 21억 달러는 창립 20년을 넘긴 이 재단이 단일 사업으로는 가장 많이 지출하는 금액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이 금액은 여성들에 대한 교육과 금융서비스를 지원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여성들의 피임 접근성을 높이고, 의료·법조·경제계에서 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돕는다는 목적이다.
프렌치 게이츠는 이날 프랑스 파리에서 유엔여성기구 주최로 열리는 베이징행동강령 채택 25주년 행사에서 이런 구상을 공표했다. 여성 인권과 성평등 실현 구상을 담은 베이징행동강령 기념행사는 당초 지난해 여름 열릴 예정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연기됐다.
그는 "세계는 수십년간 성평등을 달성하기 위해 싸웠으나 진전 속도는 느렸다"며 특히 코로나19 대유행이 "주로 여성들에 대한 경제 불황(shecession)을 일으켰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여성의 실직이 남성보다 2배 더 많았다는 점을 가리킨 언급이다.
마크 수즈먼 게이츠재단 최고경영자(CEO)는 WSJ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성평등 계획을 프렌치 게이츠가 주도하기는 하지만 "빌 게이츠도 매우 깊숙이 관여했다"고 전했다.
WSJ에 따르면 빌 게이츠는 백신, 질병에 대한 투자에 비해 효과를 측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성평등에 대한 투자에 의구심을 나타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빌 게이츠도 이날 성명에서 "성평등을 우선순위에 놓는 것은 옳은 일이기도 하지만, 가난 및 예방 가능한 질병과의 싸움에서도 필수적인 일"이라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다만 빌 게이츠는 파리 행사에는 참석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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