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기차역·고속도로 등 점검 강화…5일간 의무 격리 단속 강화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잉글랜드가 2020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 16강전에서 독일을 완파하고 8강에 진출하면서 이탈리아 보건당국이 큰 고민에 빠져든 모양새다.
수도 로마가 잉글랜드의 8강전 장소인 까닭이다.
잉글랜드와 우크라이나 간 8강전은 오는 3일(이하 현지시간) 로마 스타디오 올림피코에서 열릴 예정이다.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 유입을 우려하는 이탈리아 보건당국으로선 도버 해협을 건널 잉글랜드 축구 팬들에 대한 방역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영국에서는 최근 델타 변이가 급속히 퍼지며 하루 2만 명 이상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30일 공영방송 라이(RAI) 뉴스에 따르면 이탈리아 내무부는 내부적으로 유로 8강전에 대비한 방역 대책을 숙의하고 있다.
우선 공항과 기차역, 고속도로 등 주요 입국 관문에서 입국자 점검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영국발 입국자를 대상으로 현재 시행 중인 의무 격리를 예외 없이 엄격하게 적용하는 한편 격리 위반 단속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탈리아 보건당국은 델타 변이 확산 우려에 따라 지난 달 21일부터 영국발 방문자에 대해 5일간의 의무 격리를 이행하도록 하고 있다. 입국 전 48시간 이내에 시행한 코로나19 검사의 음성확인증도 요구한다.
하지만 이를 감수하고서라도 입국하려는 잉글랜드 축구 팬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들이 격리 의무를 제대로 지키지 않을 경우 얼마나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현지 여건상 입국자의 격리 의무 준수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기 어려운데다 불시 단속으로 적발되더라도 450 유로(약 60만원)의 과태료만 내면 되기 때문에 격리 위반 사례가 속출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전문가들도 이번 8강전이 이탈리아 내 바이러스 확산의 새로운 촉매제가 될 가능성을 경고한다.
파브리치오 프렐리아스코 밀라노대 바이러스학 교수는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불행히도 그 위험성이 매우 높다"고 짚었다.
영국 정부 역시 자국 축구 팬들에게 로마 원정 응원을 가지 말라고 당부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스카이 스포츠에 "영국을 떠나지 말고 집에서 TV를 보며 응원해달라"고 팬들에게 권유했다.
이런 가운데 잉글랜드축구협회(FA)는 지난 달 29일 이탈리아의 의무 격리 규정을 들어 잉글랜드에 할당된 8강전 입장권을 일반에 판매하지 않고 이탈리아 현지 거주 영국인들에 우선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가 하루 뒤 이를 번복해 혼란을 부추겼다.
7만명 수용 규모인 로마 스타디오 올림피코는 방역 규정에 따라 입장 허용 인원이 1만6천명으로 제한된다. 이 가운데 잉글랜드에 할당된 입장권은 2천500여장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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