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원 표결·대통령 서명 관문 남아…작년엔 공화 장악 상원 반대로 무산
(워싱턴=연합뉴스) 이상헌 특파원 = 미국 의회가 인종차별을 옹호했던 주요 인물의 동상을 철거하는 움직임에 재시동을 걸었다.
미 하원은 노예제를 옹호하고 남부연합을 지지한 인물의 동상을 철거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워싱턴포스트와 로이터통신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하원의 법안 통과는 작년에 이은 2년 연속으로, 당시 공화당이 장악했던 상원에서 발목이 잡혀 끝내 처리되지 못했다.
하원은 285대 120으로 법안을 통과시켰고, 반대표는 모두 공화당에서 나왔다.
법안이 최종 통과되려면 상원 가결과 대통령의 서명이 필요하다.
현재 상원은 100석 중 민주당 진영과 공화당이 반분하고 있어 표결은 가능한 상황이지만 통과를 위해서는 공화당에서 10명의 이탈이 필요하다.
법안이 통과되면 1857년 드레드 스콧 사건에서 노예제 옹호 판결로 남부연합 입장을 지지하는 결정을 내린 로저 태니 전 연방대법원장 동상이 철거된다.
이 경우 태니 전 대법원장 흉상은 미국의 최초 흑인 대법관으로 민권운동에 앞장서 온 더굿 마샬 전 대법관으로 교체된다.
법안은 과거 남북전쟁 당시 노예제를 옹호했던 남부연합의 지도자 동상 철거 내용도 담고 있다.
여기에는 남부연합 대통령과 부통령이었던 제퍼슨 데이비스, 알렉산더 해밀턴 스티븐스는 물론 남부연합군 장교로 복무한 뒤 주지사와 상원의원이 됐던 사우스캐롤라이나 지주 웨이드 햄튼 등이 포함돼 있다.
지난 1월 6일 의회 폭동 당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인종차별주의의 상징물로 여겨지는 남부연합기를 휘날리며 의회에 난입하기도 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동상 철거가 미 역사에서 인종차별 오점을 지우지도 오늘날 미국의 인종차별을 사라지게 하지도 않을 것이라면서도 "최악의 인종차별 가해자들을 의회에서 칭송받게 놔두면 어떻게 인종차별 사회악을 끝내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모 브룩스 공화당 하원의원은 "일반인보다 더 많이 안다고 주장하는 엘리트주의자들에 의한 '캔슬컬처'와 역사 수정주의의 한 사례"라며 법안을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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