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고기온 기록 곳곳서 깨져… 응급실 전화·방문도 사상 최대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기록적 불볕더위가 미국·캐나다 등 북미의 서부를 덮치면서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자가 잇따르고 수백명이 응급실을 찾고 있다.
미 워싱턴주(州) 보건국은 지난 27일(현지시간)과 28일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자 3명이 보고됐다고 밝혔다고 CNN 방송이 30일 보도했다. 이들 3명 외에도 1명은 물에 빠져 질식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주 보건국 대변인 코리 포트너는 또 지난 25∼27일 워싱턴주에서 676명이 폭염과 관련된 증상으로 응급실을 찾았다고 밝혔다. 또 불볕더위가 절정에 달한 28일에는 하루에만 688명이 응급실을 방문했다.
그 결과 지난 주말 이후 온열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사람은 최소 1천384명으로 집계됐다고 포트너 대변인은 말했다.
시애틀이 속한 워싱턴주 킹카운티만 따로 봐도 26일 40명, 28일 91명, 29일에는 223명이 온열질환으로 각각 응급실을 찾았다.
오리건주에서도 더위가 가장 기승을 부린 28일 하루에만 251명을 포함해 506명의 온열질환 환자가 응급실과 긴급 의료센터를 찾은 것으로 파악됐다.
포틀랜드를 끼고 있는 오리건주 멀트노머카운티로 좁히면 97명이 온열질환으로 응급실·긴급 의료센터를 방문했는데 이는 통상 여름 내내 발생하는 환자 수에 맞먹는 것이라고 이 카운티는 밝혔다.
멀트노머카운티 관계자는 "기록적인 더위는 구조요청 전화 기록도 깨고 있다"며 "응급실 전화, 응급실 방문, 사람이나 애완동물 구조요청 전화가 모두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또 캐나다 서부 브리티시컬럼비아주(州)에서는 지난 25∼28일 나흘간 보고된 사망 건수가 233건으로, 평상시의 130건을 훌쩍 뛰어넘었다고 이 주 수석 검시관이 29일 밝히기도 했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밴쿠버에서는 폭염이 시작된 지난 25일 이후 65건이 넘는 급사 사례가 신고됐다.
캐나다 왕립기마경찰대(RCMP) 관계자는 "우리는 이 날씨가 특히 고령자와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 등 취약한 사람들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것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사상 최고기온 기록은 곳곳에서 새로 쓰이고 있다.
포틀랜드에서는 28일 46.7도로 사상 최고기온을 기록했고, 같은 날 시애틀도 수은주가 역대 최고치인 42.2도까지 올라가며 전날인 27일 세운 사상 최고기온 기록 40.0도를 하루 만에 갈아치웠다.
시애틀 동쪽에 있는 도시 스포캔은 최고기온이 42.8도까지 올라가며 1961년 8월 세워진 사상 최고기온 기록 42.2도를 경신했고, 워싱턴주 오맥도 1928년 7월의 45.6도 기록을 깨며 47.2도의 새 기록을 작성했다.
다만 시애틀과 포틀랜드에서는 30일 밤부터 폭염이 수그러들기 시작할 것으로 예보됐다. 그러나 북미 서부 지역에서는 7월 중순까지 무더위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CNN은 전했다.
더위는 서부뿐 아니라 미 북동부까지 덮쳤다. 열돔이 미 대륙의 양쪽 해안가에 나란히 형성되면서 오대호 지역에서 미 동부 최북단의 메인주까지 기록적인 더위가 찾아왔다.
매사추세츠주 보스턴과 코네티컷주 하트퍼드는 29일 37.2도까지 기온이 올라갔고, 30일에도 델라웨어·뉴저지·펜실베이니아주 일대 주민 1천100만명에게 폭염경보가 내려졌다.
다만 다음 달 1∼2일에는 한랭전선이 찾아오며 열을 식혀줄 전망이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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