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유색인종엔 늘 다른 잣대" 주장하며 전임자들과 비교
현지 언론 "시장, 직원 힘들게 하고 반대 의견 내면 각 세워"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내 기질에 대한 비판의 99%는 내가 흑인 여성인데 기인한다."
미국 3대 도시 시카고의 첫 동성애 흑인여성 시장 로리 라이트풋(58·민주)이 '좌충우돌' 기질 때문에 듣는 항간의 비판을 "편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트풋 시장은 30일 공영방송 WTTW-CH11 인터뷰에서 진행자의 "시장의 '기질'과 '비판에 대응하는 자세'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있다"는 말을 듣고 이렇게 답했다.
또 진행자의 "비판의 어느 정도가 흑인 여성에 대한 편견에서 비롯됐다고 보나"라는 질문에 라이트풋 시장은 "99%"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내 전임자들을 보자. 리처드 데일리 전 시장(재임 1989~2011)은 자신과 의견이 다른 이들과 차라도 한 잔 마신 일이 있나? (버락 오바마 행정부 초대 비서실장 출신) 람 이매뉴얼 전 시장(2011~2019)은 예의 바른 사람, 단합시키는 사람이었나?"라며 "결코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이어 "여성과 유색인종에게는 늘 다른 잣대가 적용된다. 나는 일생을 통해 그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유력 일간지 시카고 트리뷴은 "라이트풋 시장은 직원을 힘들게 하고, 반대 의견을 내는 이들에게 각을 세우기로 잘 알려져 있다"며 이로 인해 취임 2년 사이 눈에 띄게 많은 수의 직원이 일터를 떠났다고 보도했다.
일례로 커뮤니케이션 디렉터만 3차례나 교체됐고, 작년 말 이후 사의를 표한 시 고위급만도 10명이 넘는다.
트리뷴은 "전·현직 보좌관들은 라이트풋 시장에 대해 '조언을 수용하려 들지 않는다. 접근하기가 어렵다'는 불만을 토로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라이트풋 시장은 이매뉴얼 전 시장과 마찬가지로 다른 선출직 공무원들을 모독하거나 몰아붙이기도 한다"며 "예산안에 반대하는 시의원들에게 욕을 섞어 의사 표현을 한 일도 있다"고 부연했다.
시카고 시의회에서는 시장과 시의원이 고함을 지르며 싸우다 회의가 중단되는 사태가 종종 발생한다. 일부 시의원은 "시의원은 시장의 아랫사람이 아니다. 시장이 독불장군식으로 의회를 끌어가려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라이트풋 시장은 "그들이 나를 비난하는 이유는 여성이 권력을 장악하고 어젠다를 성취해가는 걸 보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시카고 트리뷴이 최근 사설을 통해 자신을 "비판에 민감하고, 방어적이며, 성마른 경향이 있다"고 평한데 대해 "트리뷴 편집위원회와 오피니언 페이지가 다양성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지 못하다"고 응수했다.
chicagor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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