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업체들 "원자재 가격도 올라 어려움 가중…우는 아이 뺨 때린 격"
정부 "초과 근무 기업 적어…준비 덜 된 곳에 지원책 시행"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이태수 기자 = 5인 이상~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주 52시간 근무제가 적용된 첫날인 1일 현장에서는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줄을 이었다.
가장 큰 어려움은 인력 충원이었다. 주 52시간제로 근무 시간이 줄어든 만큼 사람을 더 뽑아야 하는 데 구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외국인 노동자가 사실상 들어오지 않아 단기간에 인력 충원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한다.
볼트·너트 등을 만드는 업체 대표 A씨는 "외국인 근로자도 없고, 내국인도 모자라 사람이 없는데 납품 기일을 지켜야 해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는 "직원들 월급을 어느 정도 줘야 이직을 하지 않을 텐데, 주52시간제 시행으로 임금이 줄어 이들을 붙잡기도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플라스틱 생산업체를 운영하는 B씨는 "추가 인력을 구하지 못한 상태에서 주 52시간제가 시작돼 불가피하게 근무 시간을 줄였다"며 "앞으로 납품 기일을 맞출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B씨는 "코로나19 사태로 외국인 노동자도 들어오지 않아 언제 인력을 충원할 수 있을지 기약도 없다"고 말했다.
중소기업계는 최근 원자재 가격이 올라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호소한다.
용접용 부품 생산업체 대표 C씨는 "원자재 가격은 오르는데 대기업은 납품 가격을 올려주지 않아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 주 52시간제 도입은 '우는 아이 뺨 때린 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달까지 주 60시간 정도 일했는데 오늘부터 52시간으로 줄어 생산량이 20%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지금 상황에서는 '무대책이 대책'인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중소 벤처기업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연구·개발(R&D) 전문인력은 짧은 기간에 충원하기 어렵고, 업무 특성상 단기간 집중적으로 일을 해서 성과를 내야 하는데 주 52시간제로 업무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벤처기업협회 관계자는 "비용을 지불해서라도 R&D 인력을 채용하고 싶지만, 사람을 구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라며 "게임이나 소프트웨어 개발 업무의 경우에는 제품 출시를 앞두고 집중적으로 일해야 하는데 주52시간제 도입으로 이마저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주 52시간제 초과근무 기업이 얼마 되지 않아 제도 시행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인다.
노동부가 지난 4월 중기부·중기중앙회와 함께 전문업체에 의뢰해 5∼49인 사업장 표본 1천300곳을 대상으로 조사를 한 결과 주 52시간 초과 근로자가 있는 곳의 비율은 11.1%로 나타났다.
다만 정부는 주 52시간제 시행 준비가 덜 된 기업에 대해서는 다양한 지원 방안을 시행할 방침이다.
정부는 전국 48개 지방 노동 관서에 설치한 노동시간 단축 현장 지원단을 통해 유연근로제 도입 방안 등을 안내하고, 인력난을 겪는 뿌리산업과 지방의 5∼49인 사업장에 대해서는 외국 인력을 우선 배정하기로 했다.
jesus786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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