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러측에 피해 배상 요구…러 "용납할 수 없는 정치적 소란"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와 유럽연합(EU) 회원국인 동유럽 국가 체코 간의 외교 분쟁이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1일(현지시간) 자국 주재 체코 대사 비테즈슬라프 피본카가 외무부로 초치 됐다고 전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피본카 대사에게 지난 2014년 체코에서 발생한 탄약 창고 폭발 사고에 러시아의 책임을 물으며 피해 배상을 요구하는 체코 측에 항의의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4월 체코 정부는 2014년 체코 동남부 즐린주의 브르베티체 탄약 창고에서 발생한 연쇄 폭발 사고에 러시아군 정보기관인 총정찰국(GRU) 산하 조직이 연계돼 있다고 발표했다.
2014년 10월과 12월에 발생한 브르베티체 탄약고 연쇄 폭발 사고로 체코인 2명이 숨지고 상당한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고 체코 측은 주장했다.
이 탄약고엔 러시아와 갈등 관계에 있는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하는 체코 회사 소유의 탄약들이 보관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고와 관련 체코는 지난 4월 17일 자국 주재 러시아 외교관 18명을 러시아 대외정보국(SRV) 및 GRU 소속 비밀 정보요원들이라며 추방했다. 러시아는 이에 대한 보복으로 자국 주재 체코 외교관 20명을 맞추방했다.
뒤이어 러시아는 체코 대사관이 러시아인들을 현지 직원으로 고용하던 관례를 금지했고, 체코는 자국 내 원자력발전소 확대 사업에 대한 러시아 기업의 입찰을 배제하면서 양측의 외교 분쟁이 격화했다.
이런 와중에 체코 측이 탄약고 폭발 사고에 대한 배상을 러시아 측에 요구하고 나서면서 양국 관계가 더욱 악화했다.
앞서 체코 당국은 탄약고 폭발 사고로 인한 피해 배상금 6억5천만 크론(약 2천550만 유로)을 배상하라고 요구하는 외교 서한을 자국 주재 러시아 대사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러시아 외무부가 이날 체코 대사를 불러 항의하는 사태에까지 이른 것이다.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체코 대사 초치와 관련, 브르베티체 탄약고 폭발 사고에 대해 배상하라는 체코 측의 주장은 용납될 수 없는 '정치적 소란'이라고 비판했다.
자하로바는 지난달 말에도 체코 측의 탄약 창고 폭발 사고 보상 주장을 '갈취'라는 험한 말을 써가며 비난한 바 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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