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 '2021 인신매매 보고서' 발표…중국·러시아도 최하 등급
(워싱턴=연합뉴스) 임주영 변덕근 특파원 = 미국 국무부가 1일(현지시간) 북한을 19년 연속으로 '최악의 인신매매 국가'로 지정했다.
국무부는 이날 발표한 '2021년 인신매매 보고서'에서 북한을 최하위 등급인 3등급(Tier 3) 국가로 분류했다. 북한은 2003년부터 매년 최하 등급 국가로 평가됐다.
3등급은 국가의 인신매매 감시와 단속 수준을 나타내는 1∼3등급 중 가장 낮은 최악 단계로, 인신매매 방지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물론 최소한의 기준과 규정도 갖추지 못한 나라라는 의미다.
국무부는 북한이 인신매매 근절을 위한 최소한의 기준을 완전히 충족하지 못하고 있으며 설령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의 영향을 고려하더라도 북한은 최소 기준 충족을 위한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 3등급에 머물렀다고 말했다.
북한은 성인과 어린이를 집단 동원했고, 정치적 탄압 목적으로 정치범수용소, 노동교화소, 해외 송출 노동자의 강제 노역 등의 수단을 활용했다고 국무부는 지적했다.
또한 국무부는 북한이 코로나19를 구실로 정치범 수를 증가시켰고, 주민에 대한 강제 노동 부과도 늘었다고 평가했다. 강제 노동 수익은 불법 활동 자금 등으로 사용됐다.
국무부는 "북한 정부는 인신매매를 해결하기 위한 어떠한 노력도 보여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올해까지 포함해 5년 연속 3등급 국가로 지목됐다. 북한 근로자의 강제 노역에 연관된 러시아도 3등급이다.
이란과 미얀마, 쿠바, 시리아, 베네수엘라, 아프가니스탄 등을 포함해 총 17개국이 3등급에 분류됐다.
국무부는 특히 일부 국가는 정부가 국민을 인신매매나 강제노동으로 몰아넣고 있다면서 북한과 중국, 러시아, 이란, 미얀마 등 11개국을 인신매매를 후원하는 정책이나 양상을 보이는 국가로 열거했다.
국무부는 북한 근로자 강제 노역에 러시아가 연루됐다면서 북한이 러시아에서 노동캠프를 운영한 것을 지적하고 유엔 결의에 따라 근로자가 송환됐지만, 북한 주민이 러시아에 계속 입국해 비공식 노동에 종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국무부는 또 중국이 통제를 한층 강화한 홍콩을 작년에 이어 2등급 감시 대상 목록(Watch List)에 올렸다. 3등급 바로 위인 2등급 감시 대상은 특별 정밀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중국은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100만 명 이상의 소수민족을 구금하고 강제 노동을 부과했다고 국무부는 지적했다.
국무부는 중국 내 탈북자가 적발되면 대개 강제 송환돼 가혹한 처벌을 받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작년 코로나19로 인해 북한은 중국에 억류된 200여명의 탈북자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국무부는 전했다.
국무부 고위 관계자는 탈북자가 송환되면 인신매매와 인권 유린에 직면할 위험이 있고 미국은 수년간 중국에 이 문제를 제기해왔다면서 탈북자를 돌려보내선 안 된다고 촉구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올해 보고서는 인신매매를 후원하는 국가에 초점을 맞췄다면서 이들 11개국은 "정부 자체가 인신매매자"라고 지적했다.
이번 내용은 매년 나오는 연례 보고서이지만, 북미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인 가운데 북한의 열악한 인권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거듭 확인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의 대화 거부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외교의 문을 열어놓고 있다면서 대화 재개를 모색하고 있다.
한국은 미국, 영국 등과 함께 1등급 국가로 평가됐다.
국무부 보고서는 2000년 인신매매피해자보호법 제정 이후 2001년부터 발표돼 올해로 21번째다.
이 법이 규정한 인신매매는 물리력이나 강압, 사기로 비자발적 노역이나 용역을 위해 사람을 모집, 이송하는 행위 등을 말한다. 강요에 의한 성매매도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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