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북극 '마지막 해빙권' 바닷길 열린 것도 기후변화 영향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얼음과 눈으로 덮인 지구의 '빙권'(cryosphere)이 기후변화로 인해 1979년부터 2016년 사이에 매년 평균 8만7천㎢씩 줄어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면적(10만413㎢)의 9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빙권은 태양 빛을 반사해 지구 온도를 낮추는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해수면 상승 및 해류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크기와 위치가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미국지구물리학회(AGU)에 따르면 중국 란저우(蘭州)대학의 펑샤오칭 연구원이 이끄는 연구팀은 지구 표면을 격자 형태로 나누고 기존 자료를 활용해 얼음과 눈, 동토 등 빙권 변화를 1979년부터 37년간 일별, 월별, 연별로 측정하고 흐름을 분석한 결과를 AGU 저널 '지구의 미래'(Earth's Future)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지구의 빙권이 계절에 따라 늘기도 하고 줄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1979년 이후 줄곧 줄어왔으며, 대기 온도 상승과 상관관계를 가져왔다고 밝혔다.
빙권 위축은 주로 북반구에서 진행돼 왔으며, 연평균 10만2천㎢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다행히 남반구에서 약 1만4천㎢씩 빙권이 늘어 다소나마 상쇄를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남극대륙 주변의 로스해에서 해빙이 증가한데 따른 것인데, 바람과 해류 패턴, 남극의 빙하가 녹으면서 추가로 유입된 찬물 등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빙권이 줄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많은 지역에서 빙권을 유지하는 기간도 짭아진 것으로 분석했다. 첫얼음이 어는 시점이 1979년 대비 3.6일이 늦어졌으며, 해빙 시점은 5.7일 더 일러진 것으로 제시했다.
펑 연구원은 "빙권은 기후의 가장 민감한 지표 중 하나로 변화하는 세상을 가장 먼저 보여준다"면서 "빙권의 크기 변화는 지역적 문제를 넘어 지구의 주요한 변화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후변화에 따른 빙하나 적설 지역, 해빙 등의 위축을 개별적으로 연구한 사례는 있었지만 이를 빙권으로 묶어 전체적인 흐름을 보여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AGU는 밝혔다.
한편 얼음이 두꺼워 지구온난화에도 수십 년은 더 버텨줄 것으로 기대돼 "마지막 해빙권"(Last Ice Area)이라는 별칭까지 얻었던 그린란드 북부 반델해의 해빙이 지난해 여름 배가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녹은 것은 기후변화로 얼음 두께가 계속 얇아져 온데다 이례적인 강한 여름철 바람이 분 결과인 것으로 분석됐다.
워싱턴대학 해양학자 마이크 스틸 등이 참여한 연구팀은 위성이미지 자료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얻은 연구결과를 '커뮤니케이션스 지구와 환경'(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에 발표하고, 장기간에 걸쳐 얼음 두께가 얇아진 것이 마지막 해빙권을 기상이변에 더 취약하게 만들었을 수 있다고 했다.
약 100만㎢에 달하는 마지막 해빙권은 북극 바다의 얼음이 금세기 중반께부터 여름마다 사라지는 상황에서도 2100년까지는 유지되며 북극곰과 바다표범 등의 중요한 피난처 역할을 할 것으로 예측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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