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배 빠른 5G' 정부 활성화 방침에도 물음표 여전…왜?

입력 2021-07-05 06:05  

'20배 빠른 5G' 정부 활성화 방침에도 물음표 여전…왜?
정부, 28㎓ 시범서비스 한편으로 "안 되는 건 안 된다고 알려야"
업계도 상용화에 회의적…"책임론 우려한 출구전략" 분석도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기자 = 최대 20Gbps의 속도로 '진짜 5G'로 불리는 28㎓ 주파수 대역 5G 서비스를 과연 일반 소비자가 접할 수 있을지를 두고 의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가 해당 서비스의 활성화 의지와 함께 이동통신사에 부과한 투자 의무도 완화하지 않겠다고 강조했지만, 한편으로는 이 서비스의 상용화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사실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모호한 입장이 정책 실패 시 따르는 책임을 의식한 '출구전략'의 일환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 정부-통신업계, 28㎓ 활성화 '맞손' 잡았지만…
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통신업계에 따르면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과 통신 3사 대표는 최근 간담회를 갖고 28㎓ 서비스를 활용해 지하철 와이파이 품질 개선을 꾀하고, 전국 10개 장소에서 28㎓ 시범 서비스를 추진하기로 했다.
허성욱 네트워크정책관은 브리핑에서 통신 3사가 연말까지 1만5천개의 28㎓ 기지국을 구축하도록 한 의무조항의 완화 가능성에 대해 "연말까지 사업자들이 구축 실적을 제출하면 내년에 이행 점검을 해서 어떻게 할지 결정할 부분"이라며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현 단계에선 사업자의 요청도 없었다. 이번을 계기로 열심히 하자는 이야기가 많았다"며 "정부도 그런(완화) 부분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2019년 4월 5G 상용화 이후 2년이 넘도록 28㎓ 서비스의 구체적 계획조차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열린 이번 간담회를 두고 정부와 업계가 서비스 활성화의 고삐를 다시 조이기로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정부 "이론적 이야기가 불만 초래…홍보 강화할 것"
그러나 허 정책관은 이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발언도 내놨다.
그는 "28㎓나 여러 부분에서 처음 나왔던 이론적 이야기 탓에 국민 입장에선 민원이나 불만이 있다"며 "정부와 통신 3사가 소통과 홍보를 강화해서 안 되는 것은 안 된다고 말씀드려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전했다.
실제로 28㎓ 서비스는 최대 20Gbps의 속도를 지원하지만 도달 거리가 짧은 전파 특성상 기지국 설치를 훨씬 촘촘하게 해야 한다. 이에 따라 전국망 설치 비용이 최대 2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등 상용화가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이번 발언도 정부가 이런 현실을 인정하고 국민에게 이를 홍보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임혜숙 장관도 임명 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28㎓ 서비스에 대해 "서비스 모델이 확실하지 않고 기술과 장비 성숙도도 높지 않다"고 말했다. 전임 최기영 장관은 28㎓ 서비스의 전국망 포기와 기업 간 거래(B2B) 용도로의 구축 방침을 밝힌 적이 있다.


◇ 28㎓ 서비스 불발 시 소비자 반발·책임론 불가피
정부의 이런 혼란스러운 입장을 두고 28㎓ 서비스 불발 우려와 그에 따른 책임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통신 3사는 이미 지난해 말 28㎓ 주파수 관련 비용을 회계상 손상 처리하는 등 서비스 상용화에 여전히 회의적이다.
최악의 경우 업계가 28㎓ 기지국 구축 의무를 지키지 못하고 주파수를 반납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이 경우 정부는 주파수 정책 실패에 따른 책임은 물론 소비자들의 거센 반발도 피할 수 없다.
최근 5G 서비스 품질 불량에 대해 집단소송을 제기한 가입자들은 "5G 기지국 구축이 애초 광고 및 홍보와 달리 적기에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20배 빠른 속도 구현은커녕 통신 품질 불량으로 고가 요금을 내면서도 원활한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정부가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위해 일정을 무리하게 앞당기는 과정에서 망 구축이 제대로 안 됐고, 28㎓ 서비스에 대한 시장 예측도 빗나갔다는 일각의 평가와도 맞닿는 지적이다.
허 정책관은 "연말이 다가와서 만약 그런 부분(28㎓ 투자 의무 완화)에 관해 이야기가 있다면 어떻게 할지는 모르겠다"며 "현 단계에서 이야기할 부분은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jos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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